‘수술실 CCTV’ 놓고 의료계-환자 갈등 지속…법안 통과 안갯속

의료계 “반대…득보다 실이 많아”
환자 “무법 상황 지속…입법해야”

이나금(왼쪽부터) 환자권익연구소장, 오주형 대한병원협회 협력위원장,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가 26일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 주최로 열린 수술실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 관련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있다. /권욱 기자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놓고 의료계와 환자 단체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의료계는 설치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환자 단체는 불법 의료행위로 인한 피해 근절을 위해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6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관련 입법공청회를 열고 의료계와 환자 단체의 의견을 들었다.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이날 진술인으로 참석해 “의협의 입장은 확실히 반대”라며 “의료사고 발생률은 0.001%로 극히 낮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감한 자료가 유출되면 인권 침해가 심각할 것”이라며 “법적 수단을 동원한 감시보다 의사를 신뢰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오주형 대한병원협회 회원협력위원장도 수술실 CCTV 설치를 두고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득보다 실이 많다”면서 “제도 개선 노력 없이 CCTV 설치로 의료 불법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라고 말했다. 그는 “극소수 사건을 확대 해석하고 CCTV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은 감상적이며 일반화의 오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 측은 CCTV 설치 의무화를 요구하며 정반대 입장을 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수술실 내부를 의료인이 아닌 환자 동의로 의무 촬영해야 한다”며 “수술실 입구에 설치하는 것은 이미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것(CCTV 설치 제도)을 의무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추락한 의사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 소장도 “상해나 살인미수, 살인죄로 처벌돼야 하는 의료범죄가 계속 방치되니 무법 상황이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또 “비인간적인 수술실 범죄 척결을 위해 CCTV 설치를 입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위는 김남국·안규백·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지만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복지위는 이날 청취한 의견을 바탕으로 다음달 초 법안소위에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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