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수많은 별 중 지난해 유독 큰 관심을 받은 별이 있다. 오리온자리의 알파별, 베텔게우스다. 오리온자리는 겨울철이면 밤새 오래도록 볼 수 있지만 요즘은 태양 바로 뒤에 있어 해가 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서쪽 지평선 아래로 져버리고 만다. 다시 오리온을 보려면 8월까지 기다려야 새벽녘 동쪽 하늘에서 잠시 만날 수 있다. 별자리 속 사냥꾼 오리온은 양쪽 팔에 각각 검과 방패를 들고 있다. 몽둥이와 짐승 가죽을 들고 있다고 하기도 한다. 우리가 보기에 오리온의 왼쪽 팔의 어깨쯤 되는 위치에는 밝고 붉은 별 베텔게우스가 자리잡고 있다.
베텔게우스가 주목받은 것은 이 별의 수명이 다한 것 같은 징후가 보여서다. 지난 2019년 가을 무렵부터 이듬해까지 베텔게우스는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가 밝아지기를 반복했다. 가장 어두웠을 때는 밝기가 평소의 37%에 불과했다. 이제는 다시 안정적인 밝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또 어두워질 수도 있다. 베텔게우스는 일생의 마지막을 향해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베텔게우스는 태양보다 훨씬 무겁고 큰 별이다. 베텔게우스처럼 크고 무거운 별은 태양에 비해 무척 짧은 기간 동안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열정적으로 불사른다.
태양의 현재 나이는 약 47억 년이고 예상 수명의 절반 정도를 소모한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비해 베텔게우스는 태어난 지 1,000만 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이미 수명이 거의 다한 것으로 보인다. 태양이 100억 년에 걸쳐 내뿜을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수백만 년 만에 다 소비하는 셈이니 그의 생 한가운데서 베텔게우스는 얼마나 격렬하게 밝은 별이었겠는가.
그렇게 격렬한 시기를 보낸 뒤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밝고 둥그런 별과는 다를 것이다. 별의 중심부는 더 이상 핵융합 반응에 사용할 수소가 없어 수축하는 한편 별의 표면은 크게 부풀어 오른다. 물질의 양은 그대로인데 표면이 마구잡이로 부푼다. 핵융합이 덜 일어나는 내부의 온도는 아직 연료를 소모하고 있는 바깥쪽보다 온도가 낮다. 그러한 온도 차이 때문에 별의 여기저기에서 대류가 일어나고, 핵융합을 통해 수소가 모두 헬륨으로 바뀌어 버린 지역에서 이번에는 헬륨을 탄소로 바꾸는 2단계 핵융합이 시작된다. 냄비에서 죽 끓듯 물질 일부가 툭툭 터져 나오기도 한다. 그러는 바람에 외각은 전체의 밀도가 고르지 못하고 바람 빠진 풍선처럼 울퉁불퉁해진다. 적색 초거성의 단계를 밟고 있는 베텔게우스의 현재 모습이다.
사실 베텔게우스는 원래도 대략 420일 주기로 밝아졌다 어두워지기를 반복하는 변광성이다. 그러나 최근의 밝기 변화는 평소의 주기적 변화와는 조금 달랐다. 허블 우주 망원경의 관측에 의하면 최근의 밝기 변화는 베텔게우스에서 방출된 물질이 거대한 덩어리 형태를 한 채 베텔게우스의 남반구 앞을 지나가면서 지구로 향하는 별빛을 가리는 바람에 지구에서 보기에 유독 어둡게 보였다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았을 마지막 순간이 오면 베텔게우스는 맥동 끝에 마침내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것이다. 중심핵은 안쪽으로 붕괴하고 외피는 우주 공간으로 격렬하게 터져나오며 생을 마치게 된다. 크고 무거운 별이 일생을 바쳐 만들어 낸 원소를 모두 우주로 내어놓으면 그 안에서 또 새로운 다음 세대 별이 탄생한다. 그리고 그 별 주위에 행성들이 생겨나고, 어쩌면 그중 어느 한 행성에는 지구처럼 생명이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베텔게우스는 지구로부터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초신성 폭발이 일어난다면 아마 보름달만큼이나 밝고 크게 보일 것이다. 그런데 별자리 속 오리온 사냥꾼의 한쪽 어깨에 황금 갑옷이 둘러진 듯해 보일 그 광경을 인류가 목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대 수명이 10만 년 정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별의 일생이라는 시간 규모에서 보면 최후의 순간이 임박했다고 볼 수 있지만 짧디 짧은 인간의 수명에 비하면 너무 긴 시간이다. 다만 인류가 자연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고, 베텔게우스가 예상보다 10만 년쯤 일찍 폭발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다만 혹시 곧 폭발할 것이라면, 혹은 이미 폭발해 그 빛이 500광년 거리를 달려 지구로 향하는 중이라면 그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시기가 초여름은 아니었으면 한다. 5월 말부터 두세 달은 베텔게우스가 속해 있는 오리온자리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겨울 무렵이라면 초신성 폭발의 잔해가 환상적으로 수놓은 밤하늘을 오래도록 실컷 감상할 수 있을 텐데. 물론 우리가 살면서 그렇게 가까이에서 폭발한 초신성 잔해를 육안으로 보는 일이 그리 쉽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5월 말이 되면, 앞으로 두어 달 동안은 베텔게우스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어느 신에게 빌어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여론독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