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연, 이산화탄소 전환 혁신기술로 탄소중립에 앞장

신개념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 개발로 유용 화합물 생산성 2배 향상
전해액 대신 수증기를 사용하는 간단한 방법으로 경제성과 온실가스 감축효과 동시 달성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합물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에너지연 탄소전환연구실 연구진. 사진 왼쪽부터 고유나 선임기술원, 이원희 책임연구원, 김영은 선임연구원, 박기태 책임연구원. 사진제공=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새롭고 간단한 방법으로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합물로 전환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탄소중립의 핵심기술인 탄소포집·저장·활용(CCUS)기술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탄소전환연구실 박기태 박사 연구진이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 섬유 및 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에틸렌, 합성가스, 일산화탄소, 개미산과 같은 유용한 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의 생산성을 2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는 신개념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은 물과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화학원료 및 연료로 바꾸는 친환경 기술이다. 온실가스도 줄이고 유용한 제품도 생산할 수 있어서 탄소중립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핵심기술로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동안의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연구에서는 이산화탄소 전환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전해액을 사용해왔다. 이산화탄소가 전해액에 녹아있으면 기체상태일 때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로도 유용한 물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우 안정된 분자구조를 가진 이산화탄소는 기체상태에서 반응을 유도해 유용한 물질로 만들기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많은 연구에서 이산화탄소를 액체에 녹여서 반응을 시키는데 이렇게 하면 기체상태의 반응에 비해 필요한 에너지가 굉장히 적어진다.


하지만 이 방법은 전해액에 녹일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용해도)이 매우 적기 때문에 반응에 필요한 이산화탄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 생산성이 매우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와 같은 용해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기체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전해액과 맞닿아 있는 촉매 층으로 직접 공급하는 기체확산전극(GDE·gas diffusion electrode) 기술이 도입됐으나 이산화탄소를 액체에 녹여서 반응시키기 위해 여전히 전해액을 사용하고 있다.


전해액은 이산화탄소가 쉽게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전기적인 저항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전해액을 사용하면 불필요하게 많은 전기에너지를 공급해야 하고 전해액 제조비용과 더불어 추가적인 반응기 부품 및 장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연 연구진은 수증기를 불어넣는 간단한 방법을 고안해 전해액 사용을 대체했다. 수증기가 촉매의 표면에 맺혀 얇은 액체 막을 만들고 여기에 기체상태의 이산화탄소가 연속적으로 녹아들어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반응을 일으킬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은 낮은 이산화탄소 용해도 문제의 해결과 동시에 전기저항으로 작용하는 전해액 층을 제거해 제로-갭(zero-gap) 전극 구조를 구현함으로써 같은 전압조건에서 기존 전해액 사용 기술 대비 2배 이상의 높은 생산성을 달성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2018년 개미산염 생산에 적용해 생산성을 2배 이상 향상시킴과 동시에 95%의 높은 패러데이효율을 달성해 화학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에 게재됐다.


최근에는 이 기술을 일산화탄소 생산에도 적용해 기존기술 대비 2배 이상의 생산성과 93%의 높은 패러데이효율을 얻었고 한국과학기술원과의 공동연구로 경제성과 이산화탄소 감축효과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화학분야 세계적 권위지인 ‘그린 케미스트리(Green Chemistry)’ 2021년 3월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와 같은 매우 간단한 방법을 통해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전기에너지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같은 양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소비되는 전력을 30% 이상 줄일 수 있으며, 전해액 비용 및 전해액 사용에 따른 장치?운전비용을 줄임으로써 제품의 생산단가를 5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다양한 화학제품을 생산하는데 적용될 수 있어 기술의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풍력 등 자연에너지로부터 생산되는 전력을 활용해 탄소중립적인 화학제품(e-chemical) 및 연료(e-fuel)를 생산할 수 있어 다양한 산업분야로 적용처가 점차 확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은 에틸렌, 합성가스, 일산화탄소, 유기산 등 다양한 화합물 생산에 적용하기 위한 전극 촉매 개발도 병행하고 있고 대전 본원 R&D 실증설비에서 이산화탄소 포집플랜트와 연계해 소형 파일럿 실증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진은 2025년까지 하루 1톤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연구책임자인 박기태 박사는 “이번 기술 개발을 통해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의 경제성과 생산성을 확보함으로써 관련 연구가 상용화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개발된 기술이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정유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의 산업현장에 하루빨리 적용되기 위해서는 민간 주도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에너지연은 이번에 개발한 전기화학적 전환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올해 2월에 에너지환경기술기반의 플랜트엔지니어링 전문기업인 성광이엔텍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대규모 기술 실증 및 사업화에 협력할 예정이며 지난 5월 12일에는 해당기업과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성광이엔텍 김현준 대표이사는 “당사가 이번 기술이전을 통해 탄소중립 기술 상용화에 작지만 큰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협력해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의 사업화를 앞당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박희윤 기자 h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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