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미래 핵심 에너지원…'배출가스 제로 모빌리티' 원동력 될것"

[서울포럼2021]
■주제강연-빌 엘릭 미국 캘리포니아 연료전지협의회 이사
수소에너지, 인간이 쓰는 모든 기기 작동시키는 날 올 것
加 2035년까지 소형차는 물론 중장비까지 수소차 목표
수소생태계 구축 위해 정부 차원 초기 인프라 투자 중요

빌 엘릭

“머지않은 장래에 수소에너지가 인간의 손과 발 이외에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을 작동시킬 날이 올 것입니다.”


빌 엘릭(사진) 미국 캘리포니아 연료전지협의회 이사가 2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수소에너지가 인류의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원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생에너지와 수소의 결합을 통해 발생되는 전기는 인류 에너지 시스템의 근간이 될 것”이라며 “수소 모빌리티를 비롯해 수소는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기기의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차·수소기차뿐 아니라 주택·오피스·공장 등에서 사용되는 막대한 에너지에 수소가 사용될 날이 가까운 시일 안에 도래할 것이라는 뜻이다. 엘릭 이사는 다음 달 9~10일 이틀간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략:초격차 수소경제에 길이 있다’를 주제로 열리는 ‘서울포럼 2021’ 둘째 날에 ‘신성장 동력으로의 수소 모빌리티 과제’ 세션의 강연자로 나설 예정이다.


◇2035년 캘리포니아 배출 가스 제로 목표=엘릭 이사가 몸담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도 가장 강도 높게 배기가스 감축을 추진하는 곳이다. 향후 10년 안에 모든 경차를 배출 가스 제로 차량(ZEV·Zero-Emission Vehicle)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다. 수소 모빌리티는 전기차와 함께 ZEV를 달성하는 핵심 수단이다. 엘릭 이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오는 2035년에는 소형차뿐 아니라 다양한 중장비에도 수소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게 목표”라고 했다. 수소에너지를 통해 ZEV를 넘어 ZEM(Zero-Emission Mobility)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엘릭 이사는 “수소 모빌리티는 (전기차보다) 에너지 밀도가 더 높고, 더 빠르게 연료를 공급할 수 있으며 대형 중장비 차량 애플리케이션에 효과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등 적용 범위도 더 넓다는 게 장점”이라며 “배터리 전기차 시장을 보완해 모빌리티 분야에서 세계적인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캘리포니아의 수소 전략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지난 2005년 대비 50∼52% 줄이겠다고 밝혔다. 엘릭 이사는 “캘리포니아에서 우리가 성취한 모든 것을 바이든 행정부와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더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연방 정책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수소에너지 개발만큼이나 흥미로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끌고 민간이 밀고…민관 호흡이 생태계 조성의 열쇠=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도 수소 생태계가 가장 잘 구축돼 있는 것으로 꼽힌다. 캘리포니아에는 현재 수소 충전소가 45개 이상 설치돼 있으며 2023년까지 충전소 설립에 매년 240억 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최소 1,000개를 구축할 계획이다. 주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캘리포니아 로드맵’을 구축하고 최초로 보급형 수소충전소 네트워크도 출범시켰다. 풍력발전의 잉여 전력과 천연가스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공급하는 ‘Wind2H2’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수소를 생산하고 운송하면서 거기에 신재생에너지를 활용,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극대화하는 인프라 투자다.


엘릭 이사가 속해 있는 연료전지협의회는 바로 이 인프라 구축을 앞당기는 민관 합동 단체다. 2000년 설립 이후 20여 년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과 규제를 내놓으면 이 기준에 맞춰 민간 기업이 소극적으로 개발하는 악순환을 깨부수고 정부가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면서 민간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캘리포니아주는 이런 모델을 다른 미국 주나 국가에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엘릭 이사는 “캘리포니아가 성공한 것은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쳤기 때문”이라며 “인프라는 정부 주도로 구축하되 여기에 민간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빌 엘릭(왼쪽 두번째) 미국 캘리포니아 연료전지협의회 이사가 재생에너지 및 수소에너지 연구 시설에서 동료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엘릭 이사는 민관 협력의 사례로 ‘민관 펀딩’을 첫손에 꼽았다. 그는 “이 같은 사업 구조로 캘리포니아 전체가 훨씬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다”며 “이대로라면 10년 후 세계 최초 자급자족형 소형 수소연료전지차(FCEV) 시장을 향한 길이 뚜렷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수소 인프라를 확보했다는 캘리포니아는 벌써 제반 기틀을 마련해둔 것이다. 수소차는 현대자동차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지만 수소차가 가장 많이 달리고 있는 곳은 미국이다.


◇수소 일반적 에너지원 될 것=엘릭 이사는 수소연료전지차를 위한 인프라가 전략 산업 전반으로 확장 응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소 인프라는 결국 전기 자체와도 유사한 에너지 매체”라며 “많은 애플리케이션과 사업 영역에 기회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최근 들어 캘리포니아에서도 고정형 전력으로 수소가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입증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엘릭 이사는 “제조업과 기타 시장에서도 수소를 활용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며 “수소와 전기를 무료로 활용하는 재생에너지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소가 전기처럼 어디에나 존재하고 우리의 손발 이외에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을 작동시킬 날이 머지않았다고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엘릭 이사는 전 세계적인 수소 경제 발전의 가속화를 위해서는 ‘교류와 공유’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지역에서 수소 모빌리티를 개발하고 수소 인프라를 확충하는 가운데 부딪히는 난관을 함께 헤쳐나가자는 것이다. 그는 “수소의 훌륭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수소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전 세계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들에게 가장 적합한 수소에너지 계획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각자 겪는 장애물을 최소화하면서 가장 효율적인 수소 모빌리티 성장 전략은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의 수소 모빌리티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면서 한국이 글로벌 수소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엘릭 이사는 “한국은 강력한 리더십과 우수한 기업들, 공공 및 민간 이해 관계자 간의 협업으로 수소차 글로벌 시장에 훌륭한 위치를 확보했다”고도 했다.


그는 “수소 경제는 지속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의 근간”이라며 “수소 산업은 한번 뒤처지면 따라잡기 어려운 만큼 글로벌 수소 생태계에서 뒤지지 않도록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명 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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