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기원 논란 재점화…파우치 지고 트럼프 뜬다?

공화서 파우치 해임 요구 법안 발의
'코로나=우한바이러스' 주장 트럼프는
"내가 맞았다"며 존재감 과시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 소장./AFP연합뉴스

‘코로나19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유출설’이 다시 불거지자 두 인물에 대한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코로나19는 동물 감염원에게서 비롯됐다고 주장해온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 소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코로나19=우한바이러스’를 주장해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다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두고 줄곧 부딪혔던 두 인물에 대한 여론이 뒤집히고 있는 모양새다.


26일(현지 시간)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중국의 우한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다시 거세지자 공화당 내에서 파우치 소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 국립보건원은 한 비영리기관을 통해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 5년간 60만 달러(약 6억 7,000만 원)를 지원한 바 있는데, 자금이 쓰이는 용도와 연구 목적 등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거액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파우치 소장은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해 우한 연구소로 간 돈이 연구에 제대로 사용됐는지 아느냐는 질문 공세를 받았다. 파우치 소장은 중국 과학자들은 신뢰할 수 있고, 지원금을 용도에 맞게 사용했을 것이라면서도 “중국 과학자들이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연구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공화당 내부에서는 파우치 소장이 무책임하게 거액을 지원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파우치 소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공화당 소속의 워런 데이비슨 의원은 '파우치 무능함에 따른 조기 해임법'을 발의하며 파우치 소장이 코로나19 대응에서 미국인들을 오도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 파우치 소장은 “미국에서 지금 당장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는데, 나중에는 “마스크는 최고의 백신”이라며 입장을 뒤집어 혼란을 줬다는 것이다. 당시 파우치 소장은 일반 국민보다 의료진에게 우선 마스크가 공급돼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지만, 공화당에서는 파우치 소장이 거짓말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AFP연합뉴스

반면 우한 유출설을 주장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4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우한 연구소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빼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아주 아주 적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도 “과학자 심지어 미국 정부 내 과학자들마저 이(우한 유출설)를 부인한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었다”며 파우치 소장을 겨냥해 비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 ‘우한 유출설’ 조사를 중단시켰다는 보도도 나왔다. 26일 미 CNN방송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가을 국무부가 우한 유출설을 조사하기 시작했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 조사를 끝낼 것을 명령했다고 전했다. 연구 결과에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정보 보고서를 인용해 우한 유출설을 다시 제기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우한 유출 시나리오를 포함해 코로나19 기원에 대해 다시 조사해 90일 이내에 보고하라고 명령하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한 바이러스’ 발언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존재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이 최근 늘어나고 있는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앞서 캘리포니아주립대 증오·극단주의 연구센터 브라이언 레빈 소장은 “정치지도자 특히 대통령 발언은 많은 일에 영향을 주거나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말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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