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라도 시작된 것일까. 최근 강수량이 증가하고 비가 오는 날이 잦아지자 때 이른 장마가 온 것인지 궁금해 하는 문의가 늘고 있다고 한다. 기상청의 답은 ‘노(No)’. 5월 강수일수가 평년의 2배를 넘고 있지만 원인은 한반도 상공의 대기가 불안정해져 비구름이 자주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압계 변화로 5월 들어 북쪽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차고 건조한 공기가 남하한 것일 뿐 장마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기상청은 대기 불안정에 대해 장기적 관점에서 원인을 따지면 최근 핫이슈인 기후변화가 몰고 온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탄소 누적이 야기한 기후변화는 대기 온도를 높여 수증기의 양을 늘리거나 지표와 해수의 온도를 높이는데 이는 한반도 대기 순환의 변화로 이어져 강수량을 늘렸다는 관측이다.
한반도는 100년에 걸쳐 강수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30년(1991∼2020년)에 걸친 연간 강수량은 과거 30년(1912∼1940년)에 비해 135.4㎜나 늘었다. 반면 연간 강수일수는 21.2일 감소했다. 비가 내리는 날은 줄었지만 한번 내릴 때 많은 양이 쏟아졌는데, 그래서 최근 잦은 비는 이례적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지난해까지 10년 주기 계절별 강수량 변화율을 보면 가장 많이 증가한 계절은 여름으로 15.55㎜ 늘었다. 그 뒤를 가을(5.16㎜)과 봄(1.83㎜)이 차지했고 겨울(-0,65㎜)은 되레 비와 눈의 양이 줄었다. 여름철 강수량 증가는 북서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습한 공기가 늘고 인도양 해수면의 온도 상승으로 대기 중 수증기 공급량이 늘어난 것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는데, 역시 기후변화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기후변화는 한 해 강수량의 30%를 담당하는 장마를 길게도 하고 앞당기기도 한다. 통상 6월 말에서 7월 중순까지, 8월 말에서 9월 초까지 이어지는 한반도의 우기는 기후변화와 함께 첫 우기의 시작점이 빨라지고 강도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아울러 우기 사이에 간극이 줄고 있어 이대로라면 조만간 5월이 장마의 시작 시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지적 대기 불안정성도 강수량 증가의 원인이다. 대기 불안정성은 특정 지역에 매년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데 기류와 수증기 공급을 변화시켜 강수에 영향을 미친다. 악셀 팀머만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장이 이끈 연구팀은 강수량 증가에 온실가스의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지금까지는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 변동보다 대기 불안정에 의한 영향이 몇 배 이상 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지금 추세로 기온이 3∼5도 오를 경우 오는 2100년에는 한반도의 여름 강수량이 산업 시대 이전 대비 최대 15%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