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까지만 해도 개인투자자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해외 선물·옵션의 거래 열풍이 식고 있다.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해외 선물·옵션을 통한 단기 기대 수익이 감소한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다. 특히 해외 선물·옵션과 마찬가지로 레버리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암호화폐 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대거 비트·알트코인 시장으로 이동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개인투자자의 미국 선물·옵션 거래 대금은 3월(6,899억 달러)보다 36.3% 감소한 4,393억 달러(약 490조 원)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월별 기준으로 가장 적은 액수다.
지수·원자재·환율 등 기초 자산 유형을 막론하고 개인투자자의 거래 대금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나스닥100 E-mini가 대표적이다. 이 상품의 거래 대금은 지난해 12월 1,650억 달러(약 184조 원)에서 올해 3월 3,294억 달러(약 368조 원)로 3개월 사이 2배 늘었으나 4월에는 1,941억 달러(약 217조 원)로 한 달 새 41%나 줄었다. 나스닥100 E-mini는 미국 나스닥100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삼는 파생상품으로 국내 개인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고파는 해외 선물이다.
원자재 선물·옵션 거래도 줄고 있다. 4월 개인투자자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거래 대금은 429억 달러(약 48조 원)로 전달보다 19.6% 줄었으며 금·은 등 귀금속 선물·옵션의 경우 같은 기간 거래액이 30% 감소했다. 4월 천연가스 선물 거래 대금은 23억 달러(약 2조 5,000억 원)로 전월보다는 4% 늘었지만 연초(81억 달러)에 비해서는 71%나 줄어든 상황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국내외 자본시장이 극도의 변동성을 보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은 해외 선물·옵션 시장에 대거 몰려들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작아지면서 해외 선물·옵션 거래 역시 줄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금융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물·옵션 거래는 보통 시장 변동성이 축소될 때 감소한다”며 “변동성이 작아지면 수익 기회가 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물·옵션 시장에 스캘핑(분·초 단위 매매) 등을 통해 단기에 큰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많아서다. 현물시장보다 훨씬 큰 레버리지를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3월까지만 해도 20을 꾸준히 유지하던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4월 줄곧 16~19 사이에 머물렀다. 글로벌 자본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갔다는 방증이다.
단타 ‘대체재’로 암호화폐가 급부상하면서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선물·옵션 시장에서 자금을 뺐다는 분석도 나온다. 암호화폐와 해외 선물·옵션은 높은 변동성을 전제로 레버리지를 극대화해 단기 차익을 겨냥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블룸버그는 비트코인의 VIX가 약 130 수준으로 S&P500지수의 약 7배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젊은 고객들이 주식시장보다 기대 수익이 높다고 판단해 암호화폐 시장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