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 주가가 반등의 시동을 거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주가 상승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던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가 정점을 찍고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다. 반도체와 원자재 값이 오르면서 원가 부담도 크지만 수익성이 좋은 차종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가 올해 말까지 기업 이익이 꾸준하게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8일 현대차는 23만 2,000원에 거래를 끝내 전 거래일 대비 5.22% 급등했다. 기아차도 4.83% 오른 8만 4,700원에 거래를 끝냈다. 각각 올해 4월 2일 이후, 2월 3일 이후 일간 상승률로는 최대치를 기록했다. 현대모비스도 이날 2.58% 상승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를 크게 끌어올렸다. 외국인은 현대차와 기아를 각각 2,206억 원, 1,753억 원 순매수했다. 이날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 1·2위다. 기관도 기아를 1,045억 원, 현대차를 633억 원 규모로 사들였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초 ‘애플카’ 이슈 이후 한동안 제자리걸음만 이어갔다.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 완성차 생산에 차질을 준다는 우려가 주가를 짓눌렀다. 실제 현대차의 경우 반도체 수급 차질로 4월에 두 차례에 걸쳐 아산 공장 가동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이때 총 4,100대가량이 생산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 들어서도 울산·아산 공장이 가동을 잠시 중단했다.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반도체 수급난은 점점 막바지에 도달하고 있다는 인식이 커지는 모습이다. 물론 완전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는 있어도 최악의 국면은 지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GM도 전일 멈췄던 공장을 곧 재가동한다고 밝혔고 현대차 역시 아산 공장 재가동을 공시했다. 특히 GM 측이 “차량 생산 측면에서 최악의 시기는 올 2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해 향후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키웠다. GM의 주가가 2.9% 상승한 배경이다.
글로벌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1위 업체인 TSMC가 차량용 반도체 핵심 부품인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생산을 지난해보다 60% 늘리겠다고 발표한 것도 그간의 우려를 줄였다는 설명이 많다. “완성차 업체들을 위한 유례없는 조치”라는 게 TSMC 측의 설명이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생산의 완전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도 “오는 6~7월 중 TSMC가 생산한 물량이 나오면 최악의 시간이 끝나는 시점은 더 빠를 수 있다”고 했다.
실적 전망도 현재로서는 좋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06.2%, 764.9%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부족 문제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영향이 있지만 고가 라인 판매로 이를 만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1년 말까지는 반도체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이 일부 반영될 것”이라면서도 “신차 투입과 고가인 레저용차량(RV), 럭셔리 모델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하반기에도 견조한 실적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