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이 수급 변화의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순매도세를 기록하면서 코스피시장에서 총 27조 원을 순매도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매수 우위를 기록 중이다. 다만 코스피가 3,200 선에 근접해 가격 부담이 상존하는 구간인 만큼 연기금의 움직임에 큰 변화를 바라기 어렵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28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0.73%(23.22포인트) 오른 3,188.73에 거래를 끝냈다. 이날 488억 원을 산 연기금을 비롯해 기관이 총 7,400억 원을 순매수했고 외국인(1,400억 원)도 매수에 가담하면서 힘을 보탰다.
이달 연기금이 1년 만에 순매수세로 돌아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이날까지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950억 원을 순매수했다. 오는 31일 950억 원 이상 팔지 않으면 연기금은 1년 만에 월간 단위 매수세로 전환한다. 연기금은 지난해 6월부터 올 4월까지 줄기차게 국내 주식을 팔아왔다. 해당 기간 코스피시장에서 연기금이 팔아 치운 규모만 26조 8,000억 원에 달한다.
5월 연기금은 경제 정상화로 인한 실적 개선 기대주를 주로 담았다. 이달 연기금의 최다 매수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순매수액 1,640억 원)였지만 매수 상위권에는 현대차(005380)(1,260억 원), 대한항공(003490)(1,200억 원), 기아(000270)(840억 원), S-Oil(010950)(830억 원), 호텔신라(008770)(800억 원) 등 경기민감주가 대거 포진했다. 반면 최근 주춤하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순매도액 5,760억 원), LG화학(051910)(1,510억 원), SK하이닉스(000660)(1,470억 원), NAVER(035420)(1,140억 원), 카카오(035720)(840억 원) 등 국내 대표 종목이자 성장 업종은 차익 실현에 나섰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보유 상한의 숨통을 틔워 매도 압력을 덜고 공매도 재개로 외국인·기관의 수급이 원활해진 것이 이들의 행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연기금은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올 3월 12일까지 무려 51거래일 내리 코스피를 파는 역대급 순매도 랠리를 펼친 바 있다. 이후 쏟아진 여론의 거센 반발을 수용해 지난달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의 목표 비중 이탈 허용 범위를 1%포인트 확대했다.
다만 향후 연기금이 전격 매수세로 전환해 매도 행렬에 종지부를 찍을 수 것이라는 낙관은 섣부르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코스피지수는 역대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으며 올해 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16.8%)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지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이 매수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의미를 부여할 만큼 큰 규모가 아니다”라며 “공격적인 매수세를 펼치기도 어려운 레벨대이기 때문에 향후 연기금이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지수에 탄력이 붙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