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전성시대가 다시 도래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공공재개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서울시도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통해 재개발 사업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이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민간재개발과 공공재개발 중 한 곳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현재까지 발표된 내용을 보면 각종 인센티브 등에서는 공공재개발이 훨씬 유리하다. 특히 공공재개발은 공공이 참여하는 조건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민간재개발은 상한제가 적용되지만 공공임대 등 기부채납 의무는 없다. 한 전문가는 “공공재개발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고 민간재개발은 기부채납 의무가 없는 것이 장점”이라며 “조합별로 이 중 어느 것이 유리한지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공기획, 서울시내 재개발에 일괄 적용=서울시에 따르면 앞으로 재개발 추진 구역들은 모두 공공기획을 통한 정비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공공기획은 사전 타당성 조사부터 기초생활권계획 수립, 정비계획 수립까지의 단계를 서울시가 주도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에 자치구가 맡아 통상 42개월 정도 소요됐던 절차를 14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 이전 단계인 주민 제안 및 사전 검토 기간도 6개월에서 4개월로, 이후 단계인 정비구역 지정을 위한 법정 절차도 12개월에서 6개월로 감소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구역 지정까지 걸리는 기간을 5년에서 2년 이내로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서울시가 공공기획과 함께 추진하는 주거정비지수제 폐지가 적용되면 과거 재개발해제구역 316곳 가운데 절반 이상인 170여 곳이 법적 요건을 충족해 바로 재개발 추진이 가능해진다. 대신 첫 번째 관문인 주민 제안 동의율 요건이 기존 10%에서 30%로 상향돼 마구잡이식 재개발 추진은 방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주민 동의율 확인 절차는 기존 3단계에서 2단계로 간소화하기로 했다. 주민 제안 동의율 요건은 10%에서 30%로 상향하고 사전 타당성 조사에서의 주민 동의 50%를 받아야 하는 절차는 생략한다. 마지막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주민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는 것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진검승부’는 정비계획 수립 이후=공공재개발은 사업 시행자인 공공 기관이 처음부터 끝까지 사업 전반을 주도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이 정비계획 수립부터 정비구역 지정과 시행자 지정, 사업시행계획, 관리처분계획 등 사업 전반에 참여한다. 공공직접시행정비 사업의 경우 아예 땅을 정부가 수용해 시행까지 맡는 방식이다. 앞으로는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장이더라도 서울시의 공공기획을 거쳐야 한다. 공공기획을 거친 뒤 주민 의사에 따라 공공 또는 민간 주도 방식의 재개발 사업을 선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공공기획을 통해 정비계획을 수립한 후부터 민간재개발과 공공재개발의 승패가 판가름 나게 된다.
민간과 공공의 가장 큰 차이는 인센티브 여부다.
공공재개발 사업장은 용적률이 완화되고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공공에서 분담금을 보장해주고 분담금이 부족할 경우 대납, 저리 융자 등을 통한 조합원 지원 혜택도 있다. 재개발 사업에 지원되지 않던 주택도시기금 융자 지원 등도 제공된다.
반면 민간재개발은 인센티브가 제한적이다. 서울시의 규제 완화로 2종 7층 일반주거지역의 층고 제한이 완화되는 수준이다. 공공기여 등 공공성 담보 방안에서도 차이가 난다. 공공재개발의 경우 새로 건설되는 주택 중 조합원 분양분 제외 물량의 절반을 공공임대, 공공 지원 민간임대 등으로 공급하게 한다. 반면 서울시는 민간재개발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주민 공동 시설을 공공에 개방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재개발추진구역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만큼 입지 여건, 사업 수익성 및 기간 등을 따져 어느 방식으로 진행할지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공공기획과 공공재개발의 사업 방식은 비슷하지만 (공공이) 어느 단계까지 사업에 대한 책임을 지느냐의 차이가 있다”면서 “수익성, 소요 기간 등과 함께 기대하는 수준만큼의 주택 공급이 가능한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희영 기자 nevermi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