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구독링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를 보고 충격받으신 분 손! 에디터도 같은 마음이었어요. 씨스피라시의 오류를 지적하는 팩트 체크 기사(BBC·뉴스위크)를 열심히 읽어도 봤어요. ‘2048년’이라는 숫자나 전체 해양 쓰레기 중 폐어구의 비율이 다소 틀렸을지언정 전반적인 내용은 맞다는 결론이었어요. 그러던 참에 한국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씨스피라시 토크 콘서트’가 열린다길래 당장 참가 신청을 했죠.
에디터가 가장 충격받은 부분은 ‘유령어업’이란 단어였어요. 폐어구가 버려진 것도 문제인데, 심지어는 무수한 바다 생명들이 걸리고 얽혀서 죽는대요. 어부는 없는데 폐어구만 홀로 남아 바다 생명체를 죽이는 악순환이 바로 ‘유령어업’이에요. 시셰퍼드코리아의 박현선 활동가님은 “버려진 통발에 끼어 죽어 있는 물살이를 본 적이 있어요. 반쯤 썩어있는 물살이의 눈을 보면서 통발을 수거하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라고 전해주셨어요. 참고로, 물살이는 ‘물고기’를 대체하는 단어예요. 물고기는 어류를 ‘고기’로 대하는 시각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에요.
한국에서도 어구의 85%가 버려진다고 해요. 박문옥 전남도의원에 따르면 이런 폐어구가 썩는 데는 무려 600년이 걸린다고. ‘유자망’이라고 불리는 그물은 길이가 1.5km나 되는데 이런 것들이 바다에서 600년 동안이나 숱한 생명을 앗아가는 거예요.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용사님들께는 전남도의회의 4월 27일 회의록을 추천드려요. 딱딱한 회의록이지만 한국 어업의 생생한 현실이 담겨 있어요.
특별 출연한 흰돌고래님의 이야기도 가슴 아팠어요. “가장 깊은 해구에서조차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돼요. 아주 작은 어류부터 큰 고래까지 쓰레기에 걸려서, 배가 불러서 죽고요. 쓰레기랑 먹이를 구분하기도 어려워요. 해변은 깨끗해 보인다구요? 쓰레기가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이에요.”
김태원 인하대 해양과학과 교수님은 낚시 쓰레기의 문제도 지적해주셨어요. 제주도 한 어촌마을에서 바다쓰레기를 모아보니 낚싯줄이 제일 많았대요. 죽은 채로 발견된 바다거북들도 하나같이 낚싯줄이 몸에 감겨 있었구요.
대안은 없냐구요? 다행히 있어요. 김태원 교수님은 낚시 면허를 소지한 이들에게만 낚시를 허용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촉구하셨어요. 지금껏 이야기가 안 나왔던 건 아닌데, 낚시 동호인들의 반대가 심해서 제대로 논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김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님은 ‘어구관리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했어요. 어떤 어구를 누가 생산했고 판매했고 구입해서 사용했는지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시스템 말이에요. 지금은 전혀 관리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폐어구를 육지로 다시 가져와서 폐기하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들다 보니 그냥 바다에 버리는 경우가 많대요. 심지어는 어선을 통째로 버리는 경우까지! 씨스피라시의 결론처럼 물살이를 더 이상 먹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어구관리제 같은 정책의 변화가 있어야만 지금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김솔 활동가님의 말씀에 깊이 공감했어요.
씨스피라시 토크 콘서트 1부는 유튜브(링크)에서 다시 볼 수 있어요. 2부(27일)에는 시셰퍼드코리아 유튜브 채널에서 씨스피라시 감독과 함께 하는(사전녹화 영상) 관객과의 대화가 열렸는데, 이것도 다시보기 가능. 지구 용사님들도 많관부!
/팀지구용 use4u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