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가구에서 1·2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비혼 출산’ ‘무자녀’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수용도 역시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향후 가족 형태의 다변화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성가족부는 통계청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제4차 가족실태조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가족실태조사는 가족 정책 목표 수립에 활용하기 위해 여성가족부가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국가 승인 통계다. 이번 조사는 2015년 3차 조사 이후 5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지난해 9월 전국 1만 997가구의 만 12세 이상 모든 가구원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지난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62.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인 이하 가구의 비중은 직전 조사가 이뤄진 2015년에는 44.2%였다. 5년 만에 17.9%포인트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1인 가구의 비중은 2015년 21.3%에서 지난해 30.4%로 눈에 띄게 늘었다. 이에 따라 평균 가구원 수도 2.3명으로 2015년(2.8명)에 비해 0.5명 감소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비혼 독신’ ‘비혼 동거’ ‘무자녀 가족’에 동의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37%, 25.3%, 29.1%로 2015년에 비해 1.6% 포인트, 5.9% 포인트, 7% 포인트씩 증가했다. 세 항목에 대한 20대의 동의 비율은 각각 53%, 46.6%, 52.5%로 더욱 높았다. 여성가족부는 “20대의 응답 결과는 향후 가족 형태 및 생애주기 변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부의 가사 수행에서 아내가 더 많은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경향은 여전했다. ‘식사 준비?청소 등 가사 노동’과 ‘자녀 양육과 교육’을 아내가 하는 비율이 각각 70.5%와 57.9%에 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12세 미만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준비물 챙기기(83%), 자녀 학습 관리(74.9%) 등 자녀 돌봄을 아내가 도맡아 수행하고 있는 정도가 더욱 강했다.
다만 29세 이하 부부는 가사노동을 남편과 아내가 똑같이 분담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이 56.4%로 절반을 넘었다. 자녀 양육과 교육을 똑같이 하고 있다고 답한 이들도 49.2%로 절반에 가까웠다. 젊은 연령대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부부 역할 분담이 변화하고 있는 양상이 확인된 것이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2018년 관련법이 개정되며 가족실태조사에서 1인 가구에 대한 조사를 하도록 규정된 데 따라 지난해 처음으로 1인 가구 조사를 실시했다. 먼저 1인 가구의 성별을 보면 여성이 53%로 남성(47%)보다 많고, 연령은 50대 이상의 고령층이 61.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월 200만원 미만의 소득을 올리는 비중이 58.1%에 달해 전반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았다. 1인 가구로 생활하는 주된 이유는 20~40대의 경우 학업?취업 사유가, 50~60대는 본인의 이혼이, 70세 이상은 배우자의 사망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1인 가구가 필요하다고 꼽은 정책은 연령에 따라 편차를 보여 관련 정책 추진 시 성별?연령 등을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20대는 81.4%가 주택 안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 반면 70세 이상은 18%만이 동의했다. 돌봄 서비스 지원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70세 이상의 응답률이 34.4%로 높았다. 심리 정서?사회적 관계망 지원은 50대 이상의 수요가 50대 9.9%, 60대 11.8%, 70세 이상 10%로 그 아래 연령보다 높았다.
여성가족부는 새로운 가족 형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뿐만 아니라 가족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는 것에 발맞춰 가족 형태별 생애주기를 반영한 가족 정책을 강화할 계획이다. 먼저 1인 가구를 위한 청년?중장년?고령 등 생애주기별 지원을 확대하고 사회관계망 지원 사업도 실시할 예정이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개인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매우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모든 가족을 차별 없이 포용하며 안정적인 생활 여건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가족 형태와 생애주기에 맞는 가족 지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발굴·확대하는 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