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대 품목 공급망 조사 종료 임박...기업들 "G2 사이서 샌드위치 될라" 초긴장

美 자국내 밸류체인 구축 강화땐
국내 기업들 신규 투자부담 가중
부품·소재업체들까지 압박 받아
"거대한 中 시장 소홀 못해" 고심


오는 6월 4일(현지 시간) 미국 정부의 4대 핵심 품목(반도체·배터리·희토류·의약품) 공급망 조사 종료를 앞두고 국내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공급망 조사가 사실상 대중(對中) 견제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중국의 글로벌 산업 전략에 타격을 가하는 대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내 산업계는 자칫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도 저도 못 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30일 산업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24일 지시한 반도체 등 4개 품목 공급망 조사가 다음 달 초 마무리된다. 미국 정부가 조사 결과를 공개할지, 공개한다면 언제, 어느 정도 수준까지 공개하고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정부도 “공급망 조사 결과가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을 범정부 차원에서 살피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있다.


만약 미국 정부가 4대 품목에 대한 자국 내 밸류체인 구축 강화를 위해 동맹국 투자를 더욱 압박하고 이를 법제화한다면 국내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또다시 수정해야 한다. 예컨대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려면 일정 비율 이상은 미국 내에서 생산된 부품을 써야 한다’는 식의 압박이다. 이 경우 배터리는 물론 차량용 반도체 등 핵심 부품 상당 부분을 미국 내에서 생산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의 미국 내 신규 투자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미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업체들은 14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후방 산업에 해당하는 부품·소재 업체들의 미국 추가 투자도 불가피하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까지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협업 체계가 구축돼 있었지만 앞으로는 미국과 중국 시장을 별개로 보고 접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미국이 수입 반도체를 자국 반도체로 대체할 경우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0.07%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부담 문제로 그치는 것도 아니다. 미국 정부가 자국 중심의 강력한 공급망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나설 경우 중국의 반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미중 무역 분쟁이 확전하는 것이다. ‘없어서 못 파는’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더라도 중국 내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의 경영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미국 중심 공급망 구축에 참여한다고 거대한 중국 시장을 소홀히 할 수는 없다”며 “중국 업체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식으로 철저히 현지화된 전략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준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장은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에 대해 중국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미국이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는 강력한 공급망 재편 계획을 내놓을 경우 우리 입장에서는 곤란해질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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