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24시] 유비무환의 한일 협력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한일 국민들 비호감도는 높지만
상호 협력관계 구축 노력도 요구
양국 서로의 가치·필요성 인식
불확실한 동북아 정세 대비해야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최근 한일 관계에 대한 한국경제연구원의 여론조사에서 한일 양국의 상호 호감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국민의 경우 ‘비호감’과 ‘매우 비호감’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8.1%로 ‘호감’과 ‘매우 호감’ 응답 비율인 16.7%의 두 배를 넘었고, 일본도 ‘비호감’과 ‘매우 비호감’의 비율이 ‘호감’과 ‘매우 호감’의 두 배를 상회했다. 물론 양국의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낮다는 것은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지난 2020년 9월에 발표된 동아시아연구원의 한일 관계 여론조사에서는 한국과 일본의 서로에 대한 비호감도가 각각 71.6%와 46.3%였다.


한국경제연구원 여론조사 결과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한국과 일본 국민의 78%와 64.7%가 “양국 정부가 향후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이는 서로에 대한 비호감이 현재의 정치적 갈등 탓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 양국 교류가 정상화될 경우 상대국을 여행할 의사가 한국 58.4%, 일본 28.3%로 나타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한일 국민들은 협력 필요성을 알고 있기에 양국 정부에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조치를 취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럼에도 양국 정부가 이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갈등 국면을 방치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유연하고 이중적인 견해를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국민과 달리 정부 정책은 경직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협력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초기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일 정부가 이러한 판단을 내린 원인 중 하나는 양국의 경제력 및 국력 차이가 예전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한국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더 이상 상대국에 대해 위축되거나 배려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한국이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이나 삼권분립을 강조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공히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찾을 수 없다.


둘째, 협력의 필요성을 알고 있음에도 신념이나 자존심 등의 이유로 인정하기 싫거나 곤란하기 때문일 수 있다. 양국 갈등의 직접 피해자인 경제계의 요구 등이 있지만 정권 유지 및 정권 재창출을 위해 지지 기반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 양국의 현 집권 세력이 협력의 필요성을 애써 과소평가하거나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위안부나 징용자 문제와 관련, ‘일본회의’같은 보수 단체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일본의 보수 정권이나 ‘정대협’과 같은 시민 단체를 소중히 여기는 한국의 현 진보 정권은 서로 같은 처지다.


셋째, 협력의 필요성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주변 환경 및 그 변화에 대한 정부의 판단은 국민과는 다를 수 있다. 국민보다 더 많고 더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정부는 판단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협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양국 모두 심각한 고려를 하지 않는 듯 보여 우려된다. 일례로 양국 공히 북한이나 중국이라는 공통 위협 요인에 대해 상호 협력을 하기보다 안보를 미국에 의존해 해결하려는 경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버마 사태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그중 하나는 아시아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중심으로 국민이 하나 될 수 있는 국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위정자를 배출하는 지배 계층의 의식은 아직도 많은 국가에서 근대적 다원주의라기보다는 권위주의적 문화와 전통에 속해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한일 양국은 권위주의 체제를 극복하고 아시아의 자유민주주의를 선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국가다. 양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과 갈등을 회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에 대한 가치와 필요성을 인식하고 인정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일 협력이 불확실한 동북아 정세에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대책임을 인정하고 실행에 옮기는 정치 리더십이 요구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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