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모인 68명의 고위급 인사들이 ‘2021 P4G 서울 녹색미래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른 ‘2050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 자리에서 미국을 겨냥해 산업화를 먼저 이룬 선진국의 의무가 더 큰 점을 강조하며 맞불을 놓았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P4G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영상 축사를 통해 경제·사회 분야에서의 녹색 전환과 관련해 “개발도상국의 특별한 어려움을 배려해 ‘공동으로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 원칙을 따라야 한다”며 “(선진국은) 개도국에 대한 재정 지원과 역량 강화를 위한 기술 지원 등을 확대해 저탄소 녹색 전환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선진국은 특별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거들었다.
나아가 리 총리는 미국 등 선진국을 겨냥해 “다자무역 체제와 세계무역 체제로 변화해 새로운 녹색 무역 장벽에 대응해야 하고 일방적인 보호무역을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과 EU 등에서 그린·디지털 경제 주도권 확보를 위해 ‘탄소 국경세’ 카드를 내세워 녹색 규제를 빌미로 무역 투자 장벽을 세우려 하는 시도를 지적한 것이다. 이어 “중국은 세계 최대 개도국으로 오는 2060년 이전 탄소 중립 달성 공약,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 주최 등 저탄소 및 녹색 회복 달성을 위해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컨설팅 업체 로디움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의 27%로 전 세계 탄소 배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미국(11%)과 인도(6.6%)의 배출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등 선진국은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의 감축 의무를 강조하는 반면 중국 등 개도국은 산업화 과정에서 많은 탄소를 배출한 선진국의 의무가 더 크다는 논리로 맞섰다. 이에 올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기후정상회의에서도 중국이 파리기후협약 이행 가속화에 합을 맞출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45개국과 21개 국제기구를 대표해 참석한 고위급 인사들은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탄소 중립을 향한 공동의 노력에 방점을 찍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야심 찬 온실가스 배출 감소 목표를 제시한다”며 “그 어떤 정부도 혼자만의 힘으로 녹색 산업혁명을 이룰 수 없으며 막대한 기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제 협력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대신은 “일본은 기후행동이 도미노 효과로 세계로 확산할 수 있게 국내 도시와 해외 도시 간 협력을 지원한다”며 “미래 세대를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의 재설계 작업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속 가능한 경제로의 전환과 관련해 “글로벌 파트너십이 필수적”이라고 당부했다.
탄소 중립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산림 면적을 늘려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글로벌 프로젝트인 만큼 국가 간 협력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앞서 기후변화 최고 전문 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8년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모든 국가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특별보고서를 발간했고 이는 같은 해 인천 송도에서 열린 IPCC 총회에서 195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미국과 EU 등 선진국이 선제적으로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했으며 한국도 지난해 10월부터 동참을 선언했다. 모든 회원국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약 25%로 감축해야 한다. 산업화 이후 지구의 평균 온도가 1도 이상 오르면서 전 세계 폭염·폭설·산불 등 이상기후 현상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며 해수면 상승에 의해 해발고도가 2~3m인 피지·키리바시 등 남태평양 섬 국가들은 수몰 위기에 처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