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나고 자란 뉴욕 닉스 베테랑 포워드 타지 깁슨(36)의 눈은 촉촉이 젖어 있었다. 역사적인 팀의 플레이오프(PO) 첫 승에 그는 “꿈만 같다. 데릭 로즈, 톰 티보도 감독과 함께 이룬 것이어서 더 그렇다”며 울먹였다. 깁슨은 시카고 불스 시절 티보도 감독의 지휘 아래 로즈와 함께 뛴 추억이 있다.
PO 1승이 그렇게 감격할 일일까. 닉스의 1승이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 미국프로농구(NBA) 닉스는 그동안 뉴요커들에게 부끄러운 자식 같은 존재였다. 지난 1970년대 두 차례 파이널 우승이 있고 패트릭 유잉, 존 스타크스 등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를 앞세운 1980~1990년대에도 강팀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후로는 거의 쭉 ‘암흑기’였다. 부상 악령과 수뇌부의 트레이드·드래프트 대실패 등 원인도 가지가지였다. 나름대로 황금기였던 시기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전성기와 겹치는 불운도 있었다.
2018~2019시즌 성적은 17승 65패. 승률이 2할대였다. 그랬던 닉스가 2020~2021시즌 0.569의 승률(동부 콘퍼런스 4위)을 찍고 8년 만에 PO 승리까지 거뒀으니 어쩌면 눈물이 앞을 가리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줄리어스 랜들과 RJ 배럿의 ‘원투 펀치’에 시즌 중 옮겨온 ‘10년 전 최우수선수(MVP)’ 로즈가 닉스 돌풍을 이끌었다. 지난달 9연승을 달리기도 했다. 랜들은 지난 시즌보다 거의 5점이나 많은 평균 24.1점(10.2리바운드, 6어시스트)을 책임져 기량 발전상(MIP)을 받았고 로즈는 최고 벤치 멤버에게 주는 식스맨상 후보에 올랐다. 망가진 팀에 깜짝 성적을 선물해왔던 티보도 감독은 닉스에도 불가능할 것 같던 PO 티켓을 안겼다.
닉스는 북미 최대 스포츠 시장인 뉴욕을 연고로 하는 NBA 팀이라는 상징성으로 그동안 성적과 관계없이 흥행을 이어왔다. 포브스가 조사한 구단 가치는 46억 달러(약 5조 1,100억 원)로 전 세계 3위다. NBA 팀 중에서는 단연 1위다. 도시의 상징이자 공연 문화의 심장인 매디슨스퀘어가든(MSG)을 홈구장으로 쓰는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10억 달러를 들여 놀이 공원처럼 개보수한 MSG가 닉스 구단 가치의 상당 부분을 담당한다.
코로나19가 강타한 2019~2020시즌만 주춤했을 뿐 닉스는 성적이 바닥이던 2018~2019시즌에 4억 7,200만 달러(약 5,250억 원)라는 구단 역대 최고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성적까지 따라줄 경우의 수익 증대는 짐작조차 어렵다.
코로나19로부터 사실상 봄을 되찾은 뉴욕은 닉스의 PO 진출을 온몸으로 즐기고 있다. 애틀랜타 호크스에 첫 승 뒤 2연패를 당해 1승 3패로 몰린 가운데 홈으로 돌아가 오는 6월 3일 운명의 5차전을 치른다. PO 들어 야투 성공률이 뚝 떨어진 랜들은 “우리는 끝나지 않았다. 끝난 거나 다름없는 것도 아니다. 뉴욕에 가서는 이기겠다”고 했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