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없이 11개의 클럽만 가지고 경기한 선수가 우승을 차지해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주빅 파군산(43·필리핀)이다. 그는 지난 30일 끝난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미즈노 오픈에서 3라운드 합계 17언더파 199타를 기록, 3타 차로 정상에 올랐다.
일본 투어에 진출한 지 10년 만에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린 파군산은 독특한 클럽 구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클럽을 14개까지 골프백 속에 넣을 수 있지만 그는 이번 대회에서 3·4·6·8번 아이언을 빼고 19도 유틸리티 클럽을 추가해 11개만 들고 나왔다.
가방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의도였다. JGTO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지난해부터 셀프 라운드가 허용돼 전동 카트를 대여할 수도 있으나 파군산은 이번 시즌 세 번째로 직접 골프백을 메고 경기에 나섰다. 클럽 수를 줄인 것은 처음이었던 그는 “젊지 않은 나이다. 지난 두 번은 무거웠다”며 웃었다. 악천후 탓에 대회가 54홀 경기로 축소돼 체력을 아낀 덕도 본 셈이다. 최종 라운드 198야드의 16번 홀(파3)에서는 6번 아이언이 없어 7번 아이언으로 강하게 휘둘러야 했지만 2m 버디를 잡기도 했다.
프로골퍼 아버지의 영향으로 28세가 되던 2006년 프로로 전향한 파군산은 2011년까지 아시아 투어에서 뛰면서 국내 대회에도 출전한 적이 있다. 2011년 상금왕에 오른 뒤 이듬해 JGTO에 진출한 그는 이번 우승으로 1,200만 엔(약 1억 2,000만 원)과 함께 미즈노 오픈 1·2위에게 주는 올해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 출전권도 손에 넣었다.
/박민영 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