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반도체 기술 유출 안돼" …매그나칩 매각 저지 나선 美

중국계 사모펀드 인수 나서자
美 당국 "CFIUS 검토 받아라"


미국 규제 당국이 뉴욕 증시에 상장된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것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31일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매그나칩반도체는 성명을 내고 “미 재무부는 미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를 대신해 e메일을 보내 인수 관련 안내문을 제출하고 CFIUS의 공식 검토를 받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 증시에 상장돼 있고 최대주주가 미국계인 오크트리캐피털펀드인 매그나칩반도체가 중국 자본으로 넘어가는 것을 미 당국이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 관측이다.


매그나칩반도체는 차량용 전력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에 삽입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구동칩(DDIC) 등을 주로 생산한다. 지난 2004년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반도체 비메모리사업부에서 독립해 설립됐다. 이 회사가 올 3월 자사주 전량을 중국계 사모투자펀드(PEF) 와이즈로드캐피털(WRC)에 14억 달러(약 1조6000억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을 당시에도 시장에서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바로 와이즈로드캐피털이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중국계 PEF라는 점 때문이었다. 반도체·OLED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매그나칩의 본사와 생산 시설은 한국에 있다. 최대주주는 미국계 오크트리캐피탈펀드이고 2011년 뉴욕 증시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기술 유출 우려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번 인수합병(M&A)이 최종적으로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는 매그나칩의 주력 분야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지 않아 공식적으로 각국 규제 당국의 독과점 심사를 받을 이유가 없는 데다 매그나칩 기술력이 하이테크로 보기도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하지만 매그나칩반도체가 이날 성명을 통해 “미 재무부가 미 CFIUS를 대신해 e메일을 보내 인수 관련 안내문을 제출하고 CFIUS의 공식 검토를 받도록 요구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중국계 사모펀드의 매그나칩반도체 인수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반도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패권 다툼이 이번 M&A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가 승인을 거부했던 ‘브로드컴·퀄컴’이나 ‘칭화유니그룹·마이크론’ 등의 사례와 달리 매그나칩은 시가총액이 10억 9,800억 달러에 불과하다. 매그나칩은 글로벌 OLED 스마트폰 DDIC 시장에서는 30%가 넘는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하지만 이 정도의 시장점유율은 규제 당국의 승인을 필수로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재무부가 나선 것은 적성 국가인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영역을 조금이라도 확장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올해 미국 장비 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일본 장비 업체 고쿠사이일렉트릭을 인수하려고 한 것을 중국 당국이 비토한 것에 대한 반격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타임스도 미국 당국의 이번 요구로 인수가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중국 내에서 커졌다고 전했다. 정보기술(IT) 전문가인 샹리강은 “CFIUS가 인수를 저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CFIUS가 독점력이나 국가 안보 등처럼 애매한 이유를 제시하거나 승인을 아주 오랫동안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이 인수한 해외 기업의 자원과 기술을 이용해 반도체 제품을 스스로 생산할 능력을 갖춰 미국 제품을 살 필요가 없어지는 상황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전문가인 푸량은 “CFIUS가 이번 합병이 미국 기업의 이익을 해치지 않거나 합병 후 매그나칩반도체가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등의 특정 조건을 붙여 승인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미국의 재검토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이 이런 거래를 통해 미국 기업과의 격차를 좁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CFIUS가 합병을 저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