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 기업가 정신 주문하자..."노동 개혁이 먼저" 맞받아친 孫

손경식, 與대표 예방
높은 상속세·기업인 과도한 처벌 등
규제 일변 반기업 입법·정치권 관행
일일이 열거하며 작심발언 쏟아내

송영길(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국회를 방문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권욱 기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31일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상속세도 대폭적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상속세 개편뿐 아니라 노사 관계 선진화,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 규제 일변도의 입법 등 반기업적 제도와 정치권의 관행을 일일이 열거하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손 회장은 이날 “기업 상속은 부의 상속으로 볼 것이 아니라 기업 경영과 기술 발전의 연속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세 부담이 과도하다. 세율뿐 아니라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지배주주 및 친인척 할증 평가를 도입한 만큼 재고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손 회장은 “현재의 유산 총액 과세 방식을 상속인별 유산 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상속세율 인하와 함께 관련 제도 개선을 올해 세제 개편안에 반영해달라고 공식 요구했다. 상속 자산 전체에 세율을 적용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을 대신해 각각의 상속인이 받은 재산마다 별도로 세율을 적용하는 유산 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하자는 주장이다. 유산세 방식은 상속 전 단계에서 세금을 매긴 뒤 재산을 배분하기 때문에 적은 재산을 받은 상속자라도 실제 받는 재산에 비해 많은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상속인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거나 장남 등 특정 상속인에게 부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김재형 법무법인 다온 변호사는 “현재의 상속세는 그 부담이 과중하다”며 “장기적으로 유산세 과세 방식을 유산 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해 가업 승계에 대한 시각을 상속이 아닌 ‘고용’과 ‘계속 기업의 측면’으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노사 관계 선진화도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송 대표가 모두발언에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달라”고 경영계에 주문하자 비정상적인 노동 관행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되받아친 것이다. 손 회장은 “1980년대 노동운동이 본격화된 후 근로자·노동조합의 권익은 지속적으로 강화돼왔다”며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평가받는 우리 노사 관계의 현실은 국가 경쟁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투명?윤리 경영, 사회 공헌 등 노력을 해왔지만 노동운동만은 여전히 대립적?투쟁적 모습에 머무르고 있다”며 “최근 들어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감소하는 반면 우리 기업의 해외 투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는 549억 달러인 반면 외국인 국내 직접투자는 113억 달러에 그쳐 투자의 해외 쏠림 현상이 도드라지고 있다. 손 회장은 아울러 낮은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 등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노동 개혁을 추진한 독일·영국 등 선진국의 사례도 소개하며 정책 기조의 전환을 촉구했다.


손 회장은 기업인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 문제도 개선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임죄는 범죄 성립 요건이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기업인들이 경영 판단 과정에서 배임죄로 처벌당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인이 경영 과정에서 회사에 손해를 입혔더라도 합리적 근거에 입각한 것이라면 ‘경영 판단의 원칙’을 도입해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독일과 상반됐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서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입법안이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관행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손 회장은 “의원 입법안이 충분한 검토와 논의 없이 너무 쉽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걱정이 많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입법에 앞서 규제의 타당성과 파급 효과를 충분히 검토하도록 국회 차원의 사전 점검 시스템을 도입해달라”고 건의했다.


손 회장은 또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과도한 인상보다는 저소득 근로자에 대한 근로장려세제 확대 같은 유인책이 바람직하다”고 건의했다. 산업재해와 관련해서도 “기업과 최고경영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재해 감소의 근본 해법이 되기 어렵다. 처벌보다는 예방 중심 정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송 대표는 인사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하루빨리 구체화하도록 지혜를 모으자”면서 “대·중소기업의 상생 협력, 소상공인 위기 극복 등 당면 과제를 풀어가는 데 민간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주재현 기자 joo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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