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선거 D-1년, 돈 뿌리기 매표 경쟁 책임 물어야

전국 지방자치단체 단체장·의원 등을 뽑는 지방선거가 꼭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선거(2022년 6월 1일)가 대선(3월 9일) 직후에 치러질 예정이어서 지역 정가는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정책을 빙자한 노골적인 매표(買票) 행위가 벌어지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울산 울주군은 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올해 1~4월에 70세 이상 2만여 명에게 목욕탕·이발소·미용실 등에서 쓸 수 있는 ‘효도 이용권’을 지급했다가 회수하는 소동을 벌였다. 울주군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 조사에 나서자 이용권에 명시한 ‘군수’ 직함을 삭제한 후 재발급하겠다며 거둬들인 것이다. 이처럼 자치단체장의 직함·직인까지 넣은 쿠폰을 지급하는 곳은 전국에 3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 대덕구는 전국 최초로 ‘어린이 용돈 수당 조례’까지 제정해 10월부터 초등 4~6학년 학생들에게 월 2만 원의 용돈을 지급할 예정이다. 경남 고성군은 올해부터 13~18세 청소년에게 편의점 등에서 활용 가능한 월 5만~7만 원의 바우처를 지원한다. 여당은 올해 추석 전후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과 백신 접종 보상금 등을 지급하기 위해 27조 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하면서 지자체들의 현금 살포를 부추기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현금을 나눠주는 복지 정책을 마구잡이로 펼치는 것은 돈으로 표를 사는 매표 행위나 다름없다. 우리나라의 국가 부채는 연금 충당 부채를 포함할 경우 2,000조 원가량에 이른다. 재정 자립도가 낮아 예산을 중앙정부에 거의 의존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빚까지 늘리면서 선심 정책을 펼치면 지역의 미래 세대에게 엄청난 ‘빚 폭탄’을 떠넘기게 된다.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 등은 자치단체장의 선심 정책이 선거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철저히 수사해 엄중하게 사법 처리를 해야 한다. 유권자들도 국민의 혈세를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면서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왜곡하는 후보에 대해 반드시 투표로 심판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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