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리셋한 세상…승자는 빅테크·베드타운·임금 노동자

[글로벌 What] 2차 세계대전에 비견되는 코로나19
코로나로 언택트시대 가속화
빅테크 기업 급성장 시총 껑충
재택 확산에 넓고 좋은 집 찾아
집값 저렴한 교외 가치 높아져
경제 정상화 속도 내자 구인난
기업들 경쟁적으로 임금 인상


전문가들은 ‘21세기 흑사병’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져도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 전반에 너무 많은 변화가 나타나면서 코로나19 이전의 시대(BC)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AC)로 확연히 갈린다는 것이다. 현재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에 비유하는 전문가도 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건설했던 것처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재설정(Great Reset)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그레이트 리셋을 탐색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같은 현상을 소개했다.


승리자 된 빅테크


구글·아마존·애플 등 대형 테크 기업은 이번 팬데믹에서의 대표적 승리자로 꼽힌다. 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기술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하지만 팬데믹은 대중이 이를 보다 빠르게 받아들이고 기업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망을 통해 원격으로 의사소통하고 생활하며, 그런 소비자의 패턴을 데이터로 축적해 비즈니스화하는 기업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가 미국에서 확산되기 시작하던 지난해 1분기 말 1조 2,707억 달러에 그쳤던 애플의 시가총액은 현재 2조 794억 달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아마존의 시가총액도 9,729억 달러에서 1조 6,254억 달러로, 구글은 7,947억 달러에서 1조 5,984억 달러로 두 배가량 늘었다.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무려 5.2배나 증가했다. 통신은 “지난 1995년 상위 50대 기업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를 차지하는 데 그쳤지만 현재는 28%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것이 현재의 추세”라고 짚었다.


베드타운의 재발견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년 동안 미국의 집값이 11.3% 상승했다고 코어로직을 인용해 전했다. 코로나19 이후 목재 등 원자재 가격이 최대 두 배 이상 급등한 원인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코로나19와 봉쇄령으로 집의 가치가 커졌기 때문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미국인들은 보다 좋고 넓은 집을 선호하고 매수와 리모델링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베드타운의 가치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점이다. 경제가 셧다운되면서 일터이자 상권으로서 복잡다단한 도심에 대한 선호도가 줄어들자 사람들이 가격이 저렴한 교외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이런 현상은 교외 지역의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인 라스롭에 소재한 부동산 개발 업체 리버아일랜드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라스롭에서 판매한 평균 주택 가격은 약 55만 달러였는데 현재는 65만 달러에 달한다”며 “구매자의 4분의 3이 대도시인 베이에어리어에서 온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도 교외 지역 선호를 부추긴다. NYT는 “팬데믹 이후에도 전체 근무일의 20%가량은 원격 형태로 이뤄질 것”이라며 “이는 이전의 5%를 크게 웃도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상당수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허용하면서 교외 지역에 대한 선호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귀하신 몸 된 '임금 노동자'


경제 회복은 빠른 반면 직장으로 복귀하는 이들의 수는 기대를 밑돌면서 구인난이 심화하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3월 채용 공고는 812만 건으로 시장의 전망치 750만 건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실제 채용은 600만 명에 그쳤다. 기업들이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자리를 떠난 이들이 복귀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해결 방법으로는 단연 임금 인상이 꼽힌다. 상대적으로 사람 구하기가 쉽다는 식음료·유통 분야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임금을 올릴 정도다. 통신은 “고용주들은 더 많은 노동자가 필요하다면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임금 인상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달 오하이오의 한 대학 소재 산업 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임금 인상은 버그(bug)가 아니라 일종의 기능(feature)”이라며 “노동자들이 부족한 일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고용주들이 노동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서로 경쟁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시장에서의 이런 경쟁은 근로자들이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을 줄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존중받을 힘도 준다”며 임금 인상에 힘을 실어줬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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