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억만장자의 며느리가 경찰관 친구에게 총을 발사해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애슈크로프트 경의 막내아들 앤드루(43)의 아내인 재스민 하틴(38)은 지난달 28일 중앙아메리카 벨리즈 동부 산페드로에 있는 한 부두에서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숨진 친구는 경찰관인 헨리 제머트(42·남)로 밝혀졌다.
벨리즈 현지 경찰에 따르면 하틴은 사건 당일 저녁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두 사람은 친구 사이로, 하틴은 남편 앤드류가 최근 이 지역에 개장한 호텔의 이사직을 맡아 장기간 머물게 되면서 담당 경찰관인 제머트와 친분을 쌓았다.
경찰은 술에 취한 두 사람이 제머트의 권총으로 장난을 치던 중 하틴이 실수로 총을 발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하틴과 제머트는 피투성이가 된 채 지역 경비원에게 발견됐다. 경비원은 당시 하틴이 "심각하게 고통스러워 보였고, 몸을 떨고 있었다"고 전했다.
제머트는 오른쪽 귀 뒷부분에 총 한 발을 맞고 목숨을 잃었고, 시신은 이튿날 아침 섬 인근 바다에서 발견됐다. 한 경찰관은 총에 맞은 제머트가 하틴을 향해 넘어지자 놀란 하틴이 제머트를 밀쳐내면서 그가 물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틴은 처음 경찰 조사가 시작됐을 당시 "변호사가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틴은 사건 당시 제머트에게 안마를 해주고 있었으며, 제머트의 부탁으로 건네준 총기가 우연히 격발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내연관계일 수 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은 "조사 결과 당시 두 사람 모두 옷을 갖춰 입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제머트의 누나 마리는 "그에겐 자녀가 다섯이나 있다. 조카들을 보면 억장이 무너진다"며 "제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달라"고 하틴을 향해 호소했다. 그러면서 "젬모트가 마치 암살을 당한 듯 귀에 총상을 입었다"면서 "24년 경력의 베테랑 경찰관이 자신의 총에 자기가 맞을 정도로 방심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도 했다.
하틴은 현재 벨리즈에서 '지상의 지옥'이라고 묘사되는 산 페드로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있다. 경찰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하틴을 살해 용의자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