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검찰단이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부사관의 성추행 가해자 장 모 중사를 3일 구속한 가운데, 공군의 엉터리 수사와 부실 대응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공군 군사경찰단은 이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됐을 당시 국방부 조사본부에 성추행 피해사실에 관한 내용은 없이 '단순 사망'으로 최초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성폭력 사건 등의 경우 사망 시 관련 내용을 함께 보고하도록 되어 있지만, 공군 군사경찰은 이 중사 사망 다음 날인 지난달 23일 국방부 조사본부에 '단순 사망' 사건으로만 보고했다. 보고 내용엔 사망자 발견 경위, 현장감식 결과, 부검·장례 관계 등 기본적인 개요만 포함돼 있었고, 사망자의 성추행 피해에 관한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또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에 따르면 피해자와 가해자 주장이 극명히 엇갈리는 상황이었다. 가해자인 장 중사는 혐의 일부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당시 공군 군사경찰은 장 중사를 불구속 상태로 수사한 것은 물론, 사건 규명에 핵심 증거가 될만한 가해자 휴대전화 확보도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된 이후 이뤄졌다. 장 중사의 휴대전화 확보는 사건이 공군 군검찰로 송치된 이후이자 이 중사 사망 9일 만인 지난달 31일에야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발생 석달 만이다.
당시 차량 안에는 두 사람 외에 운전을 하던 후배 부사관(하사)이 있었다.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운전을 한 하사는 군사경찰 조사에서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들이 탑승한 차량이 SUV 차량이었고, 유족들은 피해자가 성추행을 못참아 뿌리치고 차량에서 내렸다고 진술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목격자의 진술에 대해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있다.
공군은 보고 경위에 대한 피해자와 다른 부대 상관들의 상이한 진술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유족은 이 중사가 차량에서 내려 즉시 저녁자리에 함께 있던 상사에게 전화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에 반해 공군 군사경찰은 하루 뒤인 3일 오전 상사에게 알려 준위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후 같은 날 저녁 9시 50분 준위가 대대장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유족들은 이 과정에서 회유를 종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성추행 피해 보고를 받고도 대대장에게 10시간 이상 시차를 두고 보고가 이뤄진 이유에 대한 수사도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 법무실이 이 의원실에 제출한 문건을 보면 공군은 3월 5일 상담관 배석 하에 이 중사에 대한 피해자 조사를 했다고 기록했다.
공군 군사경찰에서 수사 중이었던 만큼 부대 내 시설에서 조사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당시 장 중사에 대해서는 부대 측에서 대기발령 등 피해자와 분리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장 중사가 다른 부대로 파견 조처된 건 성추행 2주일이 지난 3월 17일이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이 의원은 "공군은 최소한 피해자 조사를 실시한 3월 5에 가해자와 피해자 간 분리 조처를 했어야 함에도 2주일 동안이나 분리 조처를 하지 않아 피해자가 가해자 등으로부터 2차 가해를 받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찰단이 증거물로 확보한 피해자의 휴대전화에는 회유 정황을 입증할 만한 전화통화 녹음 내용을 비롯해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도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사는 피해 이후 20비행단 소속 민간인 성고충 전문상담관으로부터 22회의 상담을 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특히 상담 중이던 지난 4월 15일에는 상담관에게 "자살하고 싶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이후 2주간 6회가량 지역의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 및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그러나 같은 달 4월 30일 성폭력상담소는 "자살징후 없었으며, 상태가 호전됐다"는 진단과 함께 상담을 마쳤다.
이 중사는 5월 3일 청원휴가가 끝났지만 2주간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자가격리를 했다. 격리가 끝난 뒤 20비행단에서 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속 조치가 이뤄졌고, 나흘 만인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러나 청원휴가가 종료된 3일부터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같은 달 21일까지 약 2주간 민간상담만 2회 이뤄졌을 뿐, 군 상담관을 통한 상담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김경림 기자 forest0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