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성폭력 피해를 입은 공군 여성 부사관 사망 사건과 관련, 가해자 범행에 대한 수사기관의 엄정한 처리를 강력 지시한 가운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번 사건에 대한 공군의 대응을 두고 "군율의 해이 수준을 넘어 도덕적 파탄"이라고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전 대표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리신 공군 부사관 이 중사의 피해 내용과 군의 대처 경위는 알면 알수록 충격적"이라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상관들은 이 중사를 '조직에 해를 끼치는 사람'으로 몰아가며 입을 다물 것을 종용했다"면서 "'전역하면 그만', '살면서 한 번쯤 있는 일'이라는 잔인한 말로 피해자를 모욕했다"고도 적었다.
이 전 대표는 또한 "공군은 피해자가 사망한지 사흘이 지나서야 국방부에 '단순변사'로 보고했다"며 "'동영상까지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자세히 보고하라'는 국방부의 지시도 언론 보도가 나올 때 까지 일주일이나 묵살했다. 국방부에 보고할 때도 이 중사가 성폭력 피해를 당했으며, 신고 과정에서 가해자와 상관들에게 회유와 협박을 당했다는 사실은 제외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전 대표는 "군이 그동안 추진해 왔다는 성폭력 근절 대책은 어디에서 작동했나"라고 물은 뒤 "'군 내 성범죄자 원스트라이크 아웃', '묵인, 방관 및 고의적인 처리 지연 시 강력 처벌' 같은 기본적인 지침만 지켰어도 이 중사를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여기에 덧붙여 이 전 대표는 "지금 군 관계자들이 국회의원실들을 돌아다니며 '최선을 다했다' 는 식으로 변명 하는 것은 비겁하다"라며 "피해신고 이후 군의 대처, 피해자에 대한 회유와 협박을 포함한 2차 가해, 집단적 범죄은폐 시도, 사망 이후 조치 등 전체 과정과 모든 관계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 근원적인 재발 방지 시스템 수립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 전 대표는 "대통령께서도 최상급자까지 엄정수사할 것을 지시했다"며 "국방장관은 자리를 걸고 확실하게 대처하기 바란다"고 썼다.
앞서 문 대통령은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 사건 관련, 수사기관의 엄정한 처리를 지시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이같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의 티타임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면서 "피해 신고 이후 부대 내 처리,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 피해호소 묵살, 사망 이후 조치 미흡 등에 대해 엄중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부사관의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해 굉장히 가슴 아파하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일 공군과 유족 측에 따르면 충남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여성 부사관 이 모 중사는 올 3월 선임 부사관 장 모 중사의 압박에 회식에 참석했다가, 귀가하는 차량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이 모 중사가 피해 사실을 밝혔지만 오히려 조직적 회유를 받는 등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모 중사는 전출을 요청해 근무지를 옮겼지만 지난 달 22일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전날 오후 '군인 등 강제추행 치상 혐의로 장 모 중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 중사는 현재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영내에 있는 근무지원단 미결수용실에 즉각 구속 수감됐다. 장 중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