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로 대성공을 거둔 게임사 크래프톤의 장병규 의장과 김창한 대표 등 전·현직 임직원 11명이 모교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부에 110억 원을 기부했다.
한 회사에서 특정 학과 임직원 11명이 모여 후진 양성을 위해 거액을 기부한 드문 경우다. 성공한 정보기술(IT) 기업인들이 모교는 물론 최근 개발자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업계를 위해 기부에 나선 ‘선순환’ 사례라는 평가다.
KAIST는 4일 크래프톤 전·현직 임직원 11명이 미래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을 위해 110억 원의 발전 기금을 약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부는 임직원 11명이 55억 원을 조성하고 크래프톤이 회사 차원에서 동일한 액수의 출연금을 보태는 ‘매칭그랜트’ 형식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장 의장은 개인 자격으로 KAIST에 100억 원을 기부하며 “이번 기부가 동문들의 적극적인 기부 참여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장 의장이 당부했던 ‘동문들의 기부 참여’가 현실화된 것이다.
크래프톤 창립자이자 이번 기부를 이끈 장 의장은 KAIST 전산학과 91학번으로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지난 1996년 네오위즈를 창립했고 2005년에는 검색 엔진 ‘첫눈’을 개발해 네이버에 매각했다. 이어 2007년 블루홀(현 크래프톤)을 창업해 2017년 출시한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거부(巨富)를 쌓았다. ‘배틀그라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창한 대표는 KAIST 전산학과 92학번으로 장 의장의 1년 후배다. 김 대표는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으로 스타 개발자를 넘어서 크래프톤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이번 기부 배경에는 전산학과 91학번 동문인 장 의장과 류석영 KAIST 전산학부장 간 인연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KAIST의 한 관계자는 “장 의장과 류 교수가 학창 시절부터 절친하던 사이”라며 “모교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 달라는 류 교수의 요청에 장 의장이 흔쾌히 답하고 이어 KAIST 후배인 크래프톤 전·현직 임직원들이 하나둘씩 동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IT 업계는 개발자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발맞춰 KAIST 전산학부도 2016년 450여 명이던 학부생 규모를 900여 명까지 늘렸다. KAIST는 이번 기부금으로 전산학부 건물을 증축해 실습실·연구실 등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발자 수요보다 배출되는 졸업생 수가 적을 지경”이라며 “부를 일군 IT 기업인들이 개발자 양성을 위해 대학에 기부하고 장기적으로 업계 인력 수급이 개선되는 선순환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민혁 기자 beheren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