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부족한데 혜택 펑펑…예견된 '지역화폐 대란'

■지자체, 지역화폐 남발 부메랑
10% 할인에 매달 1일 서버 폭주
예산 모자라 충전 한도는 축소
"N분의1로 배분해라" 민원 쇄도

주유소에서 소비자가 기름을 넣는 모습. /연합뉴스


세종시청은 지난 1일 민원인들의 전화 폭주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 세종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인 ‘여민전’ 충전 방식을 전면 자동추첨제로 바꾸자 시민의 불만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가구별 구매 한도를 정하는 게 낫다” “(신청자의) N분의 1로 지역화폐를 균등 배분해달라” “지역화폐가 로또냐” 등 지역 커뮤니티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4일 세종 등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사용 금액의 10%를 캐시백으로 적립해주는 지역화폐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매달 1일이면 충전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50만 원을 쓰면 5만 원을 바로 할인 받는 등 혜택이 커 일정 금액 이상을 사용해야 포인트 등이 생기는 신용카드보다 낫다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진 것이다. 일부 대형 마트를 제외하면 주유소와 커피 전문점, 식당, 학원 등 대다수 지역 가게에서 쓸 수 있는 데다 30% 소득공제 혜택도 따라온다.



세종시 여민전

세종시의 경우 이달에 7만 9,304명이 신청했지만 57%인 4만 4,985명만 충전에 성공했다. 예산 제약으로 월 발행 한도가 200억 원이라 신청인 모두에게 제공할 수는 없다. 할인율을 낮추면 이용자는 더 많아질 수 있지만 행정안전부의 국비 지원을 받으려면 10% 할인율을 유지해야 한다. 할인율이 낮아지면 사용 유인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세종시는 1인당 구매 한도를 100만 원에서 5월부터 50만 원으로 낮추고 이달 들어 수동 충전 방식도 폐지했다. 세종시청 관계자는 “세수 상황상 별도 재정을 투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시스템 안정성과 공정성 측면을 고려해 추첨으로 했지만 시민들의 요구를 다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하소연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전국 지역화폐 판매액은 2018년 3,700억 원에서 2019년 3조 2,000억 원, 지난해 13조 3,000억 원, 올해 15조 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그렇지만 캐시백 자체는 예산으로 충당돼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지자체는 결국 1인당 충전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 경기도 하남시와 고양시는 이달부터 지역화폐 1인 구매 한도를 월 3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낮췄다. 부산시 지역화폐 ‘동백전’의 경우 지난해 예산이 조기 소진돼 11월 이후 올 초까지 사용이 중단된 바 있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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