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컨테이너 15개 보내는데 2억…따블, 따따블 줘도 안돼요” [서종갑의 헤비뉴스]

중소 수출업체 문제 심각…환율 하락·물류비 상승·납기 지연 등
해결 실마리는 미국 항만 정상화…“10개월 만에 정시성 개선”
물고 물리는 전세계 해운 노선, 美 개선 유럽·中선 문제 터져
“항만 적체 언제 풀릴지 기약 없어…예상, 소용 없어 보인다”

지난 1일 오후 컨테이너가 가득한 부산 감만부두와 신선대부두 전경./부산=연합뉴스

“심야시간대에는 따블, 따따블을 불러도 택시가 안잡히잖아요. 지금 해운물류가 딱 이래요. 컨테이너선은 한정됐는데 물건을 실으려는 수요는 넘쳐나고, 프리미엄을 붙여준다고 해도 해운사가 안된다고 하면 끝이에요.”


최근 수출업체 종사자들은 아침에 눈을 뜨는 게 두렵다고 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운임에 ‘억’ 소리가 절로 난답니다.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를 보면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알게 됩니다. SCFI는 지난 4일 기준 3,613.07까지 치솟았습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사상 최고치 수준입니다. SCFI는 1년 전만 하더라도 4분의 1 수준인 900 초반대에 불과했습니다.


중소 수출업체 문제 심각…환율 하락·물류비 상승·납기 지연 등

수출업체에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특히 중소 수출업체 문제가 심각합니다. A 건설장비 업체는 컨테이너 박스 15개를 유럽에 보내는데 2억 원을 들였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이 정도 컨테이너를 보내는 데는 4,000만~5,000만 원이면 충분했다고 합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소 수출업체들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환율이 떨어져서 입는 손해에, 물류비 증가로 가뜩이나 낮은 원가율까지 떨어지고 툭 하면 납기 지연 이슈까지 터지니 매일 죽겠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삽니다”고 했습니다. 해운사를 향한 원망도 들려옵니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돈을 아무리 준다고 해도 해운사가 선적하지 않는다고 하면 끝입니다. 겉으로는 중소 업체를 도와준다고 하지만 장기 계약 등을 고려해 대형 고객 화물을 우선 배정해준다는 의혹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납기는 맞춰야하니 프리미엄에 또 프리미엄을 붙여 겨우겨우 선적을 맞춥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대기업이라고 물류난에 자유로운 건 아닙니다. 건설기계 업계의 경우 해외에서 들여오는 물품 도착이 지연, 조립을 못해 납기가 지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해운 물류가 늦을 것 같으면 추가 비용을 들여 항공으로 부품을 받기도 한답니다.


해결 실마리는 미국 항만 정상화…“10개월 만에 정시성 개선”


HMM, 미국 동안노선에 임시선박 1척 추가 투입./사진 제공=HMM

업계에서는 물류대란을 풀 실마리를 미국 항만 정상화에서 찾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미국 항만의 적체 현상에서 시작돼서 입니다. 미국은 항만 노조의 입김이 센 편인데, 코로나19로 인한 항만 노동자 근무 인원 및 시간 조정 등으로 항만의 컨테이너 하역 작업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다행스럽게도 “최악은 지나가고 있다”는 게 현장 분위기입니다. 지표를 봐도 그렇습니다. 세계 선사들이 운항 일정을 얼마나 지켰나를 보여주는 ‘정시성’이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미국 노선의 정시성이 최근 소폭 개선된 게 확인된 겁니다. 덴마크 해운분석업체 씨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서안 노선 정시성이 22.2%로 전달보다 8.4% 포인트 올랐다고 합니다. 북미 동안 노선의 정시성은 같은 기간 9.6% 포인트 오른 19.7%로 나왔습니다. 작년만 해도 두 노선은 선박 10척 가운데 1척만 제 시간에 도착했는데 4월이 되며 2대로 늘어난 겁니다. 이는 지난 7월 이후 10개월 만에 개선된 수치입니다. 코로나19 전에는 정시성이 70%대였습니다. 참고로 전 세계 노선의 지난 4월 정시성 평균은 39.2%입니다. 10대 중 4대만 지연없이 항만에 도착한 겁니다.


물고 물리는 전세계 해운 노선, 美 해결되니 유럽·中에서 문제 터져


HMM 포워드호./사진 제공=HMM

미국 항만 사정은 나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 세계 해운 노선이 상호 영향의 관계 속에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항만의 물류 처리 속도가 높아져도 유럽, 중국 노선에서 적체가 생기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거죠.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항만 정체가 장기화하며 유럽 항만의 물류 처리 속도도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세계 5대 항구인 중국 선전 옌텐항이 코로나19로 부분 폐쇄를 결정해 염려가 커지는 상황이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운 물류는 한 번 상황이 악화하면 좀처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기 힘든 특성이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율이 높아지며 경제 정상화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물동량도 덩달아 뛰면서 물류난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초만 해도 연내, 늦어도 내년 초면 잠잠해지리라 봤다”며 “주요국마다 항만 적체 현상이 생기고 전체 해운 물류 적체를 가중화하는 사건이 잇따라 생기니 이제는 예상하는 일도 소용이 없어 보인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서종갑의 헤비(HEAVY)뉴스’는 중후장대 산업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드리는 코너입니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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