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오르기 시작해 천정부지로 치솟은 원자재 가격을 비롯해 주 52시간 근로제 본격 시행,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 최저임금 인상 등 ‘4중고’로 하반기에 중소기업을 비롯한 소상공인의 경영난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납품 단가에 원자재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도 사업을 이어가기 위해 힘겹게 버텼지만 하반기에도 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폐업을 고려하는 중기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 52시간제에 맞춰 인력을 보충해야 하는데 신용 등급이 악화해 대출마저 힘들어지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중소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가를 비롯해 주석·니켈·구리·아연·납·알루미늄 등 6대 비철금속 원자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4일 기준 국제 철광석 가격은 톤당 206.29달러로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등했다. 니켈과 알루미늄·아연 등도 40~50% 올랐다. 이뿐 아니라 목재 가격 역시 올 들어 40% 이상 급등했고 단조 공장의 범용 소재인 탄소강·합금강 등의 공급 가격은 올 들어 5월까지 ㎏당 350~480원 올라 지난해 말보다 35~40%가량 인상됐다. 이에 따라 제조원가 중 소비재 비중은 60%에서 80%까지 늘어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 원자재·소재 가격은 고스란히 중기의 부담이 되고 있다. 납품 단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빚으로 버텨오던 중기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매출·이익 감소로 신용 등급이 하락하면서 정부가 중저 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을 옥죄지 말라는 시그널을 보내도 대출 문턱은 높기만 하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주 52시간제도 중소기업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계도 기간이 종료되는 다음 달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는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51만 6,000곳에 달한다. 주 52시간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50인 이상 사업장은 3만 525곳으로 이번에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되면 주 52시간제 시행의 부담을 지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난다.
더구나 최근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 원’ 이슈가 주목되는 가운데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인상될 경우 56만 3,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기의 대다수가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여기에 주 52시간제 본격 시행, 금리 인상 가능성,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하반기 중기 경영 환경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정부의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