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급 참사 속 집값 급등…고작 “고점” 운운이 대책인가

국토교통부가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공공 주택 4,000가구를 건설하기로 한 계획을 주민 반발에 부딪혀 백지화했다. 국토부는 주택 1만 가구에 달하는 태릉골프장 부지 개발 계획도 주민 반대에 막혀 축소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집값 급등에 대응해 정부과천청사 개발을 포함한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과 사전 협의도 없이 발표를 서두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공급 확대 방안에 들어 있는 신규 택지 가운데 지구 지정이나 사업 계획 승인 등 인허가 절차를 마친 곳은 하나도 없다. 서울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부지,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 미매각 부지, 서초동 서울지방조달청 부지 등 나머지 신규 택지에서도 기관 이전과 주민 반발 등의 진통을 겪고 있어 사업 차질이 예상된다.


정부의 주택 공급 스케줄에 이상이 생긴다면 그러잖아도 공급 부족에 허덕이는 주택 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4일 내놓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37% 치솟았다. 주간 상승 폭이 올 2·4 대책 발표 직후인 2월 22일 이후 가장 크다. 주간 전세가도 0.35% 상승해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서울 집값이 다시 급등하는데도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금융 위기로 조정을 받기 전 수준의 고점에 근접했다”며 “하반기 주택 시장이 또 불안해질 것이라는 일방향적 기대를 형성하는 데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가롭게 ‘부동산 고점’ 타령을 하지 말고 주택 공급을 늘리는 실질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민간 주도로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또 양도세 중과를 일시적으로 유예해 매물 잠김 현상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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