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여성 부사관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 공군의 엉터리 수사와 부실 대응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고(故) 이모 중사의 유족 측이 사건 초반 변호를 맡았던 공군 법무실 소속 국선변호사를 고소한다.
유족 측 변호인인 김정환 변호사는 7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국선변호사 A씨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공군은 이 중사가 성추행 피해를 정식으로 신고한지 6일 뒤인 지난 3월 9일 공군본부 법무실 소속 군 법무관인 A씨를 국선변호사로 지정했다.
하지만 A씨는 이 중사와 몇차례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만 했을 뿐 이 중사의 사망까지 면담을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군은 A씨가 선임된 뒤 결혼과 신혼여행, 이후 자가격리 등 개인 사정으로 면담을 원활히 진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유족 측은 "피해자를 사실상 방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측은 "어느 순간에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 충동'을 알았는지, 그것을 알고도 국선변호사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문제"라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 사건 관련, 수사기관의 엄정한 처리를 지시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이같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들과의 티타임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절망스러웠을 피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면서 "피해 신고 이후 부대 내 처리, 상급자와 동료들의 2차 가해, 피해호소 묵살, 사망 이후 조치 미흡 등에 대해 엄중한 수사와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이 문제를 단순히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에서만 보지 말고,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부사관의 극단적인 선택과 관련해 굉장히 가슴 아파하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1일 공군과 유족 측에 따르면 충남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여성 부사관 이 모 중사는 올 3월 선임 부사관 장 모 중사의 압박에 회식에 참석했다가, 귀가하는 차량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이 모 중사가 피해 사실을 밝혔지만 오히려 조직적 회유를 받는 등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모 중사는 전출을 요청해 근무지를 옮겼지만 지난 달 22일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은 전날 오후 '군인 등 강제추행 치상 혐의로 장 모 중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 중사는 현재 서울 용산구 국방부 영내에 있는 근무지원단 미결수용실에 즉각 구속 수감됐다. 장 중사는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