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선박 늘린다지만…물류난 해소 역부족

'수출입물류 비상대응 TF' 2차 회의
7월부터 미주행 월 2회→4회 증편
수출 중기 물류비 200억 특별융자
컨운임지수 치솟아 기업부담 커져
정부, 중소화주 더 적극 지원하고
스폿보다 장기운송계약 체결 필요

문동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이 7일 서울 중구 무역보험공사 중회의실에서 열린 '수출입물류 비상대응 전담반(TF) 2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무섭게 오르는 해운 운임에 수출 중소기업의 물류 부담이 급격히 상승하자 정부가 임시 선박을 추가로 투입하고 중소 수출 기업을 대상으로 200억 원 규모의 융자 지원 제도를 마련했다. 하지만 수에즈운하 통항 중단에 이어 최근 중국 옌텐(鹽田) 항만의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전 세계 해운·물류망이 꼬인 상태라 임시 선박 투입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중국 증권시보에 따르면 옌톈항에는 처리가 밀린 채 쌓여 있는 컨테이너가 2만 개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도 뾰족한 수가 없는 만큼 수출 호조로 회복 중인 경기가 해운·물류난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물량이 줄거나 선박이 늘어야 물류 대란이 해결되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중소 화주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스폿보다는 장기 운송 계약을 체결하는 선·화주 상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7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수출입 물류 비상대응전담반(TF)’ 2차 회의를 열고 임시 선박 공급 확대, 중소·중견기업 전용 선복량 확대, 물류비 특별 융자 신설 등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HMM과 협의해 오는 7월부터 미주를 운항하는 임시 선박을 월 2회에서 월 4회로 증편해 투입하기로 했다. 7월 초에는 한시적으로 다목적선을 투입해 완제품·철강·석유화학제품 등을 실어 나를 예정이다. 이어 HMM이 투입하는 임시 선박에 중소·중견 화주의 우선 선적 선복량 1,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별도 배정하기로 했다. SM상선이 6월 말부터 운영할 예정인 미주 서안 항로에도 중소·중견 화주의 선복량을 매주 30TEU 제공한다.




정부는 또 무역진흥자금 200억 원 규모의 특별 융자 프로그램을 신설해 기업당 3,000만 원 한도 안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전년 수출 실적이 2,000만 달러 이하인 업체를 대상으로 연 1.5% 금리에 3년간 융자가 제공된다. 전재우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은 “임시 선박 투입과 중소·중견기업 선적공단 우선 제공 등 지원 대책을 지속 추진하고 비상대응전담반을 상시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임시 선박 투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해운·물류 대란은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는 항만 적체와 내륙 운송 지연 등의 영향이 크다. 선박과 컨테이너 장비들이 돌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기 때문에 수출품을 바로 싣지 못하고 다음 항차로 넘기는 롤오버(roll over)가 몇 주씩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HMM 등 국내 선사가 지난해 말부터 임시 선박을 수십 차례 투입했음에도 물류 대란이 해소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운임 상승 폭이 가팔라지면서 중소 수출 업체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폿(비정기 단기 운송 계약) 운임을 종합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6월 첫째 주 전주 대비 117.31포인트 오른 3,613.07를 기록했다. 이는 집계를 시작한 지난 2009년 이후 최고치이며 1년 전보다 4배나 오른 수치다. 유럽은 물론이고 미주 서안, 미주 동안 등 운임이 오르지 않은 노선이 없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물류비 부담까지 늘어난 중소기업의 체감 경기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5월 중소기업의 BSI는 80으로 대기업(110)과의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다.


지난해 말부터 산업통상자원부·해수부·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수출입물류종합대응센터를 가동하고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수에즈운하 중단으로 인한 후유증이 나타나는 가운데 중국 옌톈까지 마비되면서 점차 해운 공급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최소한 올해 말까지 중소 수출 업체의 물류난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