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人] 이수균 세종 변호사 “대한전선, 사흘만에 호반과 본계약…PE 중심 밸류업 성공사례"

열흘 새 주가 3배 뛴 대한전선
호반산업 인수 의지 매우 강해 속전속결
IMM 인수 뒤 사업구조 개편, 고수익 부문 강화
10월 자본시장법 개정 JV 신사업 진출 늘 것

이수균 법무법인 세종 파트너 변호사가 “대한전선 매각은 PEF 운용사가 기업 가치를 올린 대표적 사례”라며 “기업을 더 키워줄 수 있는 곳에 매각하는 등 가장 이상적인 모습의 딜이었다”고 말했다./성형주 기자

“호반산업이 예비입찰에 참여했을 때 다들 반신반의했죠.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마자 3일 만에 속전속결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습니다. 대한전선(001440)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 이유죠.”


최근 코스피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기업은 단연 대한전선이다. 지난달 25일 호반산업이 지분 40%를 2,518억 원에 인수 완료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주가는 1,390원에서 이달 7일 4,185원으로 10영업일 만에 3배 이상 급등했다. 탄탄한 모회사를 등에 업고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광통신 등 신사업에 나서는 한편 코스피200 편입까지 더해진 것이 배경이다.


대한전선 매각 자문에 참여한 이수균 법무법인 세종 M&A팀 파트너 변호사는 8일 서울경제와 만나 “주가가 이렇게까지 뛸 줄 몰랐다”면서도 “사모펀드운용사(PEF)가 어려워진 기업을 인수, 가치를 끌어 올리고 향후 더 성장 시킬 기업에 매각한 가장 이상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과거 대한전선은 창립 이래 2008년까지 54년 연속 이익을 낸 건실한 흑자 기업이었다. 하지만 창업 2세의 사망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며 2009부터 채권단 관리에 돌입했다. 이후 2013년 오너가의 경영권 포기와 채권단의 추가 지원에 더해 2015년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새 주인이 되면서 턴어라운드의 기반을 다졌다. 대한전선의 지난해 매출은 별도 기준 1조4,483억 원, 영업익은 515억 원이었다. 전년대비로 매출은 3.8%, 영업익은 99% 증가했다. 2015년 IMM PE가 인수할 당시와 비교하면 영업익이 2배 이상 급증했고 부채총계도 1조8,001억에서 8,300억으로 감소했다.


비결이 무엇일까. 이 변호사는 “IMM PE가 인수한 이후 소재부문 비중은 낮추고, 고수익 제품인 초고압케이블 및 해저 케이블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한 것이 효과를 봤다”며 “본업과 관계 없이 발목을 잡던 각종 소송리스크 등을 PE 특유의 빠른 의사결정하에 털어낸 것도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36기로 동부그룹의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자문, 한솔제지의 네덜란드 텔롤사 인수 자문, SK가스의 SK디앤디 매각 자문,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자문 등 다양한 딜에 참여해온 바 있다. 그는 “보통 SPA 체결에는 몇주 일씩 걸리기도 하는데 대한전선은 SPA를 가장 빠르게 체결한 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호반의 의지가 강해 늦은 밤까지 다양한 부분에 대해 논의하면서 속도감 있게 딜을 완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저전압 시장은 포화상태지만 초고압시장에서 LS와 대한전선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는 점에서 호반 측이 강하게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신재생 에너지 시장이 확대되면 전선 수요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반이 마음 먹으면 다른 경쟁자보다 더 적극적으로 딜에 참여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PE의 경우 10월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이나 소수지분 투자에 참여하는 딜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기업은 조인트벤처(JV) 등을 통해 신사업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특히 이런 딜들은 보통 난이도가 높아 경험 많은 M&A 변호사들의 활약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자본시장의 역할과 기능이 더욱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김민석 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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