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 안 맞는 음악이란 없다”...'한국판 타이니데스크콘서트' 꿈꾸는 KBS ‘여의도동 녹음실’

국악, 재즈, 시티팝, 알앤비 등 장르·세대 넘나든 다채로운 무대
TV와 콜라보 '원 소스 멀티 유즈' 시도도… "TV선 스토리텔링 집중"
‘올드 미디어’ 지상파 라디오·TV에서 이어지는 새로운 시도 눈길

지난달 24일 KBS 2FM ‘여의도동 녹음실’ 녹음 현장에서 가수 김현철(앞줄 왼쪽)과 신인 듀오 1415 멤버들이 공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KBS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동 KBS 본관 라디오 스튜디오에 두 선후배 뮤지션이 한 자리에 앉았다. 주인공은 베테랑 싱어송라이터 김현철과 신인 듀오 1415로, 두 뮤지션은 음악 팬들 사이에서 시티팝 장르로 함께 묶이곤 한다. 밴드가 김현철의 히트곡 ‘왜 그래’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두 뮤지션의 목소리가 번갈아 얹어졌다가 하나로 어우러졌다. 두 팀의 음악 경력이 30년 가까이 차이 나는 것도, 이전까지 한 번도 같이 작업해 본 적 없었던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현철은 녹음 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애초에 합이 안 맞는 음악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 준비하고 연주하다 보면 서로 모든 게 맞춰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가수 김현철(왼쪽)과 듀오 1415의 멤버 주성근이 지난 달 24일 KBS ‘여의도동 녹음실’ 녹음 현장에서 함께 노래하고 있다. /사진 제공=KBS

두 뮤지션이 모인 건 지난달 14일부터 KBS 2FM을 통해 방송 중인 ‘여의도동 녹음실’의 마지막 회차를 녹음하기 위해서였다. ‘여의도동 녹음실’은 미국 공영 라디오 NPR의 ‘타이니데스크콘서트’ 같은 고퀄리티를 표방하며 국악, 알앤비, 재즈, 시티팝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세대를 막론한 다채로운 합동 무대를 선보였다. 첫 회에서 가수 최백호와 국악 밴드 서도밴드가 만난 것을 시작으로 가수 소향은 유튜브에서 구독자 63만명을 확보한 피아노 신동 박지찬과, 알앤비 보컬 정엽은 싱어송라이터 다비와 무대를 꾸몄다.


이 프로그램이 눈길을 끄는 부분은 ‘올드 미디어’인 라디오에서 나타난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 있다. 연출을 맡은 김새스라 KBS PD는 “5년 전 국악 밴드 씽씽이 타이니데스크콘서트에 출연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왜 한국엔 이런 프로그램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함께 연출한 오귀나 PD는 “라디오라는 매체가 뭘 먹고 살아야 할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진작에 시도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평소 뮤지션들과 라이브 공연을 하다 보면 여러 현실적 문제 때문에 충분한 준비 없이 최상의 품질로 하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았던 아쉬움을 풀고 싶었다고 한다.



지난달 24일 KBS 2FM ‘여의도동 녹음실’ 녹음 현장에서 가수 김현철(앞줄 왼쪽)과 신인 듀오 1415 멤버들이 무대를 꾸미고 있다. /사진 제공=KBS

이미 유튜브를 통해 ‘딩고 뮤직’, ‘온스테이지’ 등 다양한 음악 콘텐츠가 선보이고 있지만, ‘여의도동 녹음실’은 연주를 통한 차별화를 시도했다. 모든 회차를 KBS에서 운영하는 전문 녹음실 ‘스튜디오16’에서 사전 녹음한 후 2주 안팎의 믹싱과 마스터링 등 후반작업을 거쳤다. 오 PD는 “음원사이트에서 발매하는 음원 수준으로, 바로 다운로드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음질을 보여주기 위해 후반작업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출연한 뮤지션들도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제작진은 담당 프로그램이 따로 있음에도 지난 1월부터 가욋일처럼 일을 진행하며 기획안을 짜고 섭외를 했다. 지상파 TV?라디오가 하락세에 있는 건 분명하지만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 PD는 “KBS라는 브랜드를 믿고 많은 사람들이 출연해주시는 부분이 있다”며 “공영방송으로서도 많은 시도를 해야 할 이유가 있다. 지상파가 할 수 있는 일을 더 찾아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KBS 2FM ‘여의도동 녹음실’ 제작진들. /사진 제공=KBS

한편 공연은 영상으로도 촬영해 지난 2일부터는 KBS춘천총국의 ‘싱스트릿’을 통해 TV로도 방영하고 있다. 전국 방송도 현재 조율 중으로, 일종의 ‘원 소스 멀티 유즈’다. 라디오가 음악에 집중했다면 TV에서는 ‘스토리텔링’에 무게중심을 둔다. 사연을 미리 받아 출연자들이 읽어준 후, 사연자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과정을 추가했다. 연출자인 김영경 PD는 “TV 역시 라디오와 마찬가지로 설 자리가 점점 줄어가는 매체로서 강점이 있는 부분을 주목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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