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보일러 유통설에...대리점업계 조마조마

4월부터 설비업자 모집 나서
제조사들도 손익계산 분주


유통시장의 공룡 ‘쿠팡’의 보일러 유통시장 진출설이 제기되면서 보일러 업계가 크게 긴장하고 있다.


복수의 보일러 업계 관계자들은 9일 “쿠팡이 보일러 유통 진출을 계획하고 4월부터 보일러 설비업자를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쿠팡이 언제 어떤 형태로 보일러 유통시장에 나올지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은 국내 메이저 보일러 업계와 접촉하며 시장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쿠팡이 한 업체에 보일러 공급을 요청했지만 부정적인 답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일러 유통 진출에 대해 쿠팡은 “보일러 시장 진출설에 대해 확인해 줄게 없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국내 보일러 시장은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가 7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귀뛰라미가 9,352억원, 경동나비엔은 8,734억원을 기록했다. 한 보일러 업체 관계자는 “보일러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선 정도”라며 “보일러 시장이 매력 있는 곳이 아닌데 쿠팡의 보일러 진출설은 계속 나오고 있어 그 속내가 궁금하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서도 판매되는 가구·가전과는 달리 보일러는 대부분 오프라인 대리점을 통해 유통된다. 보일러 제조사들은 주택을 짓는 건설사 등 기업과 기업간 거래(B2B) 판매에만 나서고 일반 소비자판매는 대리점들이 하고 있다. 쿠팡이 보일러 유통을 시작하면 대리점들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이 제조사 및 보일러 설치기사 등과 협력해 보일러를 매입하고 판매에 나서면 기존의 대리점이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보일러 대리점 업주는 “쿠팡이 보일러 유통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는 얼마전부터 업계에서 떠돌았다”며 “유통강자인 쿠팡이 설치기사와 손잡고 보일러를 판매하면 일반 대리점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할 텐데 대리점의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전국의 보일러 대리점이 1,000~1,500곳 정도 되는 것으로 아는데 쿠팡의 진출이 현실이 될지 예의주시 하고 있다”면서 “요즘 대리점주들끼리 만나면 쿠팡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간다”고 말했다.


보일러 제조사는 손익계산에 분주하면서도 대리점 보호를 고민하고 있다. 쿠팡과 협력하면 이전보다는 매출이 늘겠지만 대리점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일러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리점주들로부터 쿠팡에서 보일러를 판매하는지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며 “제조사 입장에서는 쿠팡의 영업망과 협력하면 손해 볼 것은 없겠지만 대리점을 보호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