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차별·노동…34년간 몸으로 쓴 이야기들

■책꽂이-지지 않기 위해 쓴다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부키 펴냄


"가난한 사람들만 가진 비밀스러운 경제학적 지혜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난하기 때문에 물어야 할 비용들이 여기저기 도사라고 있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노동의 배신'의 저자인 바버라 애런라이크는 1999년 미국의 월간지 하퍼스매거진에 기고한 칼럼에서 빈곤 문제에 대해 이렇게 썼다.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그는 식당 웨이트리스를 시작으로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간 가정집 청소부, 요양원 보조원 등으로 일하며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로 살 수 있는 지를 직접 체험했다. 그리고 자신의 워킹푸어 생존기를 담아 2001년 '노동의 배신'을 출간했다.


그는 이후에도 각종 사회문제를 다루기 위해 숱한 현장을 찾아다니며 칼럼을 써 왔다. 신간 '지지 않기 위해 쓴다'는 애런라이크가 1984년부터 2018년까지 34년 간 영미권 16개의 매체에 기고한 글들을 엮은 책이다. 빈곤, 건강, 남성, 페미니즘, 종교, 계층까지 이 책에서 다루는 6가지 주제는 '노동의 배신'을 포함해 그동안 그가 발표한 수많은 책의 배경이 된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들이다.


밀리언셀러 작가가 된 이후에도 그는 현장에 섰다. 불법 이민자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미국과 멕시코를 가르는 거대한 담 앞에 섰고, 사회 안전망과 복지 제도의 민낯을 논할 때는 최저임금 노동자과 함께 했다. ‘미투’ 운동이 촉발했을 때 그는 미용사, 웨이트리스, 가사 도우미들을 찾아다니며 세상이 외면한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책 속에서 저자는 ‘바쁨’을 능력으로 여기지만 정작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바쁜 사람들이 아니라 바쁘게 살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들이라고 꼬집는가 하면, 미국의 열악한 언론 환경 때문에 미국에서 보도되는 빈곤에 관한 뉴스가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비판하기도 한다. 많은 저널리스트들이 자신의 가난에 발목 잡혀 빈곤에 대해 심도있게 논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빈곤층과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대중 매체라는 집단적 거울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현실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며 그런 현상은 부유층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이미 오래 전 언론을 통해 게재된 이야기들이지만 현재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1만8,000원.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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