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역 선진국들과의 자유로운 여행을 재개하는 이른바 ‘트래블 버블(여행 안전 권역)’을 추진 중이라고 발표함에 따라 일상으로의 복귀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지난 9일 트래블 버블 체결에 대한 정부 발표 이후 여행·항공주가 급등하고, 여행사와 항공사들에는 해외여행 상품과 항공권에 대한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조금만 있으면 해외여행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싱가포르·태국·대만·홍콩·괌·사이판 등과 트래블 버블 체결에 대해 논의 중이다. 확진자가 급증하는 대만과 홍콩을 제외하면 싱가포르·괌·사이판 정도가 유력해 보인다. 트래블 버블이 체결되면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지 1년 4개월여 만에 이들 국가나 지역으로의 여행이 가능해진다. 지역 이동이 제한적인 곳들이라는 점에서 트래블 버블이 체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정작 관광 업계에서는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알려진 트래블 버블 후보국들만으로는 방한 관광 시장 회복에 별다른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내국인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여기에 상대국의 방역 상황에 따라 트래블 버블 시행이 장기간 미뤄지거나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9일 문체부 주최로 열린 관광 업계 간담회에서는 개인 여행객에 대해서도 트래블 버블을 확대해 달라는 요청이 나오기도 했다.
대형 여행사들이 트래블 버블 후보국보다는 다른 국가들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현재 한국인에 대한 자가격리 면제를 허용한 국가는 체코·프랑스·그리스·스페인 등 20여 개국이다. 꼭 트래블 버블이 아니더라도 이들 국가로의 여행은 얼마든지 가능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미 다음 달부터 프랑스로 출발하는 개인 여행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백신 접종자의 경우 국내 복귀 후 격리도 면제되기 때문에 여행에 대한 불안감만 해소된다면 단체 여행객들 틈에 끼어 제한된 국가로 해외여행을 떠날 사람은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방역과 관광 산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부의 회심의 카드인 ‘트래블 버블’이 빛 좋은 개살구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업계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