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제약사들이 연매출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관련 임상시험 인프라를 대폭 확충한다. 이를 위해 임상 참여자를 1,000명 이상 모집할 수 있는 공공 플랫폼을 구축하고 임상비용 지원을 위한 펀드 조성도 검토한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열린 제11차 혁신성장 빅(BIG)3 추진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백신·신약 개발 지원을 위한 임상시험 인프라 확충방안’을 보고했다. 이 방안은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임상 3상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임상 참여자 모집부터 데이터 활용까지 전 단계를 스마트화할 방침이다. 우선 임상 참여자 모집에 소요되는 시간을 대폭 줄이기 위해 공공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1,000명 이상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창구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앞서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백신 임상 3상 참여자 3만명을 모집하기 위해 ‘코로나 예방 네트워크’라는 국가 임상 네트워크 발족했고, 영국도 국립보건연구원이 구축한 온라인 포털 플랫폼을 통해 노바백스 백신 임상 3상에 25만명이 지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임상시험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인공지능(AI) 기술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기반도 마련한다.
정부는 또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려는 국내 제약사의 도전을 위해 보스턴 바이오밸리 내 지원거점 설치도 추진한다. 아울러 국내 기업에 임상 컨설팅을 제공하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재직경력자를 미국 현지에서 채용하고 네트워크도 구축해 홍보도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임상 도전을 지원하기 위해 펀드 조성도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는 국내 기업의 임상시험 역량 강화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전국 32개 대형병원 임상시험 센터를 중심으로 권역별 임상시험 거점병원을 지정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임상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또 정부가 임상시험 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정보를 제공하고 임상시험수탁기관 산업화를 위한 상담도 제공할 계획이다.
정부의 임상시험 인프라 확충 계획은 국내 기업의 부담을 줄여 연매출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개발하도록 지원하겠다는 전략이다. 임상시험에는 보통 신약 개발비용의 절반 정도가 투입되고 개발기간의 3분의 2 정도가 소요된다. 특히 임상 3상의 경우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데다 막대한 비용이 요구돼 신약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도전 과제로 꼽힌다. 국내 상위 제약사의 경우 연매출이 1조5,000억원, 영업익이 1,000억원 수준인데 2,000억∼1조원이 들어가는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보통 임상 1, 2상을 완료한 뒤 해외로 기술을 수출해 왔다. 복지부는 이번 임상시험 인프라 확충방안을 통해 국내 임상시험이 활성화되면 우리나라가 ‘세계 5대 임상시험 및 신약 개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내 기업이 글로벌 임상 3상에 과감하게 도전해 2030년까지 글로벌 신약개발 3건에 성공하고, 특히 1건은 연매출 1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임상시험은 신약개발 과정에서 핵심이 되는 단계”라며 “이번 추진방안을 통해 우리나라가 제약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기반이 구축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