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부산은행이 암호화폐거래소에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10일 부산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금 세탁 우려 등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에 암호화폐거래소에 실명 계정 발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개정된 특정금융거래법에 따라 원화 거래를 중개하려는 암호화폐거래소는 오는 9월 24일까지 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받아 신고서를 금융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현재 은행과 손을 잡고 있는 곳은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개 거래소뿐이다. 이에 국내 60여 개의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 계정을 받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고 가장 유력한 곳이 부산은행이었다.

실제 10여 곳의 중소형 거래소가 부산은행에 발급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은행도 지난 수개월간 거래소와의 제휴를 검토했고 지난 3월에는 업무 파악을 위해 빗썸·코인원과 제휴를 맺고 있는 NH농협은행을 방문하기도 했다.

부산은행이 암호화폐거래소와 제휴를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면서 중소형 거래소들의 줄폐업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 9월 새로 출범하는 토스뱅크 역시 전날 간담회에서 “암호화폐거래소와의 제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미 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고 현재 계약 연장 심사를 받고 있는 4개 거래소 외에 고팍스·한빗코리아 등 한두 거래소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고 나머지는 문을 닫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거래소와 제휴를 할 가능성이 있는 은행으로 SC제일은행·수협은행·전북은행 등만 거론하고 있다.

4대 거래소 외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액수가 많아 줄폐업이 현실화하면 혼란이 예상된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0일 오후 4시 30분 현재 원화 지원 거래소 14개 중 4대 거래소를 뺀 10개 거래소의 과거 24시간 거래액은 12억 5,143만 달러(약 1조 3,966억 원)로 전체 거래액의 10.8%를 차지했다. 거래소가 폐쇄를 공지하고 코인의 다른 거래소로의 출금을 안내하는 등 ‘질서 있는 폐업’을 하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하루아침에 문을 닫고 운영자가 투자금을 챙겨 달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