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범죄 악용 사례 잇달아…미래머니 아닌 블랙머니 되나

세계최대 정육회사 JBS, 121억 해킹 몸값 피해

사진은 주가 시세 그래프를 배경으로 찍은 비트코인 모형 모습./연합뉴스

가상화폐의 상징과도 같은 비트코인이 범죄 수익으로 이용되면서 '블랙 머니'(불법 자금)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 랜섬웨어(전산망을 마비시켜 돈을 요구하는 해킹 수법) 공격을 받은 세계 최대 정육회사 JBS가 해커에 1,100만달러(약 121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브라질이 본사인 JBS의 미국 법인장 안드레 노게이라는 이 매체에 "'몸값'은 JBS의 정육 공장이 더 피해를 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식품·요식, 축산 업계에 대한 추가적 영향을 막기 위해서 지급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범죄자에 돈을 주는 건 매우 고통스럽지만 우리 고객을 위해서 옳은 일을 했다"라며 "이 돈을 지급한 덕분에 JBS의 공장이 재가동될 수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JBS는 지난달 30일 해킹 공격을 받아 미국과 호주의 공장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앞서 미국 송유관 회사 콜로니얼파이프라인도 5월7일 러시아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해커 집단 다크사이드의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440만 달러(약 49억원) 달러 어치의 비트코인을 몸값으로 '뜯겼다'.


FBI는 이 가운데 약 85% 정도를 회수했긴 했어도 비트코인이 '해킹의 몸값'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 인질·납치 범죄의 몸값이 범죄자에 넘겨지면 돈의 흐름과 경로를 단서로 범죄자를 추적하게 되는 데 가상화폐는 추적이 쉽지 않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의 변동성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특히 해킹 사건은 범행 피해가 광범위한 데다 범행 현장과 범인의 소재지를 특정할 수 없는 터라 몸값이 가상화폐로 지급된다면 검거 가능성이 더 낮아져 유사 범죄가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제재로 국제 금융거래가 제한된 북한과 이란이 가상화폐에 관심을 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3월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대려고 2019년부터 2020년 11월까지 약 3억2,000만달러(약 3,400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훔쳤다고 한 회원국이 보고한 바 있다. 북한은 훔친 가상화폐를 중국 소재 비상장 가상화폐 거래소들을 통해 실제 화폐로 바꾸는 돈세탁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박우인 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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