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코로나19 사태에 불안했던 회사채 시장이 정상화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전문기구(SPV)’ 운영을 다음 달 종료할 가능성이 커졌다. 아울러 부동산·주식·가상자산 등에 빚을 내서 매입하는 ‘빚투’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다시 높였다. 지난달 비트코인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자 개인투자자의 손실은 물론 금융시장 불안을 우려한 것이다.
한은은 10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올해 1~4월 회사채 발행이 23조 8,0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기준 사상 최대였다고 밝혔다. 경기회복과 기업 실적 개선으로 신용 등급이 상향 조정되는 기업이 늘자 회사채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간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설립한 ‘회사채·CP 매입기구’도 운용 기한을 연장하지 않고 다음 달 13일 종료할 가능성이 커졌다. SPV는 지난 4월 말까지 3조 3,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CP를 매입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회사채·CP 매입기구 운용 방향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산업은행과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또 보고서에서 “과도한 위험 추구 및 레버리지 확대가 지속된다면 대내외 충격 발생 시 위험 선호가 반전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월 보고서에서 “민간 레버리지가 높아지는 등 금융 불균형이 확대돼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신용 리스크가 현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것보다 경고 수위를 높인 것이다.
한은이 빚투 경고에 나선 것은 5월 중순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 확산, 일부 국가의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국내외 주가 상승세가 둔화되고 암호화폐 등 위험 자산 가격이 급등락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지난해 말 19조 2,000억 원에서 올해 5월 20일 기준 23조 2,000억 원으로 급증하는 등 레버리지 투자는 여전히 늘고 있다. 한은은 ‘빚투’ 상황 등 금융 리스크 요인을 주의 깊게 점검할 방침이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