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이 37년 만에 회사를 두 개로 쪼개며 주식 또한 5 대 1로 나누는 액면 분할에 나선다. 1주당 30만 원이 훌쩍 넘는 주가를 5분의 1 수준으로 낮춰 SK텔레콤의 가치를 인정하는 투자자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국민주’로 거듭나겠다는 SK텔레콤의 포부에 시장 역시 긍정적으로 반응해 SK텔레콤의 주가는 52주 신고가를 돌파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장 중 33만 9,500원까지 주가가 치솟아 52주 신고가를 달성했다. 오후 들어 차익 매물 등이 쏟아지며 주가는 소폭 하락, 종가는 전일 대비 0.15% 오른 32만 8,000원으로 마감됐다.

SK텔레콤의 주가 상승은 지난 4월부터 시장에서 거론됐던 기업 분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며 불확실성이 사라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SK텔레콤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통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을 영위하는 존속회사 ‘SK텔레콤’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국내외 투자를 진행할 신설 회사 ‘SKT신설투자(가칭)’로 나누는 인적 분할을 결의했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으로 존속회사 0.6073625, 신설 회사 0.3926375로 결정됐다. 회사 분할 안건이 오는 10월 12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통과되면 두 회사는 같은 달 26일부터 약 한 달간의 주식 매매거래정지 기간을 거쳐 11월 29일 변경 상장(존속회사) 및 재상장(신설 회사)된다.

액면가 500원의 주식 1주를 액면가 100원의 5주로 나누는 액면 분할 결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주가가 낮아져 가격 접근성이 좋아지고 거래가 원활해지면 ‘유동성 프리미엄(유동성이 좋지 않을 경우 가격의 할인율이 높아지는 현상)’을 받을 수 있어 주가가 더 오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번진 것이다. 인적·액면 분할은 변경 상장 및 재상장일인 11월 29일부터 반영된다. 현재 SK텔레콤의 주식 20주를 보유한 투자자라면 11월 29일 액면분할로 5배가 늘어난 100주의 주식 중 약 6 대 4의 인적 분할 비율에 따라 존속회사 주식 60주와 신설 회사 주식 39주를 각각 교부 받게 된다.

증권가는 이번 SK텔레콤의 결정이 기업 가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존속회사는 영업 현금 흐름이 큰 무선통신 및 SK브로드밴드 등이 포진하면서 배당 상승 여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신설 회사는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다수 자회사들이 편입되면서 기업 가치 재평가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분할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됨에 따라 각 자회사들이 온전한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을 것”이라며 “2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기업 분할을 앞둔 가을까지는 계속 보유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