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공정 경쟁을 앞세운 이준석 후보가 11일 국민의힘 대표에 오르면서 야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 대선 주자 가운데 지지율 1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외 공보 조직을 구체화하고 있고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복당이 확실시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합당을 다시 추진하고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 야권 잠룡들이 오는 8월께 시작할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당선되면서 당내 경선이 8월 중순께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당헌에 명시된 대로 대통령 후보자를 11월(대선일 120일 전)에 선출하기 위해 ‘경선 버스 정시 출발론’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이에 따라 대통령 선거 예비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7월께 경선 룰이 정해지고 8월 대통령 후보 경선이 시작될 계획이다.
잠룡들은 벌써 움직이고 있다. 그간 잠행을 이어가던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는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지난 9일 퇴임 후 98일 만에 첫 공개 행사에 참석했고 최근 대외 메시지를 담당할 대변인 격 공보 담당자를 선임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이 야권의 대선 경선이 시작되는 8월로 갈수록 더욱 선명한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 대표의 국민의힘 경선 참여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 대표와 안 대표는 개인적 악연을 가지고 있는 데다 정당 간 이해관계까지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2018년 6월 재보궐선거에서 당시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서울 노원병에서 공천을 받고자 했지만 안철수계의 반대에 부딪히며 공천이 미뤄진 바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흡수 합당이냐, 당 대 당 통합이냐’ 방법론에서 입장 차가 큰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날 선출된 이 대표가 ‘공존의 정치’를 내세워 야권 대통합을 강조하면서 합당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기존에 국민의당과 합당 협상을 했던 주호영 의원에게 합당 임무를 맡길 것이라고 밝혔다.
최재형 감사원장의 야권 대선행 열차 승선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인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 원장이) 나라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고민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한 바 있다. 김 전 부총리도 꾸준히 대선 출마설이 도는 인물 중 하나다. 앞서 이 대표는 5일 김 전 부총리 등을 거론하고 “모든 분 누구라도 우리 당의 대선 주자가 될 수 있다”며 “각자 위치에서 다른 일과 말씀을 하셨지만 분명한 것은 나라를 위한 선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의심하지 말고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홍 의원도 곧 복당해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홍 의원이 제출한 복당계는 이미 서울시도당이 만장일치로 승인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 안건으로 계류돼 있다. 이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 1명을 지명해 최고위원회가 최종 구성되면 올라온 홍 의원의 안건부터 다뤄야 한다. 이 대표는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수차례 “홍 의원의 복당을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총선 공천에 불복해 26년 만에 탈당한 홍 의원이 복당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복당을 반대할 명분이 없고 이 대표가 찬성하고 있는 만큼 복당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도 야권 잠룡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선을 이기지 못하면 이번 대표는 9개월짜리 대표밖에 되지 못한다”며 “자신의 정치 능력을 위해서도 대선을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