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 130.5%, 사과 60.3%, 고춧가루 35.3%, 마늘 53.0%, 달걀 45.4%, 경유 25.7%, 휘발유 23.0%
모든 게 올랐습니다.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농축수산물도, 지난해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했던 석유류 가격도 1년 사이 치솟았습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우리 경제가 살아나기도 전에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현재의 높은 물가가 작황 부진 및 반도체 수급난 등 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농수산물은 하반기부터, 차량은 연말께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면서 가격 상승도 사라질 것으로 내다봅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거세지며 조기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통계청의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는 1년 전보다 2.6% 올랐습니다. 9년 1개월만에 최고치입니다. 지난 4월 2.3%에 이어 오름폭은 더 커졌고 한국은행의 물가목표치인 2%를 웃돌았습니다. 체감물가라고도 불리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3%나 크게 뛰었습니다. 2017년 8월 3.5% 상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최근 물가 상승은 농축수산물과 석유류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농축수산물은 1년 전보다 12.1%나 올랐습니다. 지난 1월 10.0% 상승 이후 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세입니다. 농산물은 16.6% 상승했고, 축산물은 10.2%, 수산물은 0.5% 올랐습니다. 석유류도 23.3%나 크게 올랐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유가가 급락한 데 따른 기저효과에 전 세계 경기가 회복하며 수요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국제적으로도 물가 상승 움직임이 뚜렷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의 2.4%보다 0.9%포인트나 높아져 2008년 10월의 3.8% 이후 1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습니다.
특히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5%대를 기록해 세계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5.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4.7%)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소비자물가는 4월에도 4.2% 늘어나 충격을 줬는데, 한 달 만에 상승폭을 더 키웠습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물가도 급등했습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5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9.0% 올랐습니다. 마찬가지로 2008년 9월(9.1%) 이후 약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8.5%)보다도 높습니다.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이 번져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물론 아직은 섣불리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나서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유럽중앙은행(ECB)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진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물가 상승이 팬데믹 직후 경기 반등과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 등 일시적인 요인들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기획재정부 역시 11일 발표한 최근경제동향에서 “대외적으로는 백신 및 정책 효과 등으로 주요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 전망이 상향됐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위험성은 아직까진 크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브리핑에서 “현재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초인플레이션 가능성이나 지속적일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를 마친 뒤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금리를 약간 올려도 미국 사회와 연준 관점에서는 결국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공언대로 미국이 7월쯤 집단면역 형성에 성공하고 소비와 고용이 나아지면 오는 4분기 연준이 테이퍼링을 선언할 수 있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강도 높게 예고했습니다. 이 총재는 한은 창립 71주년 기념사에서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지난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1.25%에서 0.50%로 낮춘 것을 되돌리는 작업을 하반기에 시작하겠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금리가 인상될 경우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약점인 가계부채 문제가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집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빚은 올해 1분기 말 사상 최대인 1,765조 원을 기록했습니다. 연일 오르는 부동산 가격을 보고 급히 내 집 마련에 나서기 위한 ‘영끌’ 대출, 주식 시장 활황에 따른 ‘빚투’ 투자 등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현재의 금리 수준이 매우 낮아 기준금리를 조금만 올려도 이자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금융 투자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은 빨라야 내년이 될 전망이라 한은이 하반기 먼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로서는 4분기와 내년 초 한 차례씩 인상할 가능성이 크지만 인플레 공포가 현실화하면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