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는 취임 이후 첫 주말에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물 5개를 올렸다. 자신을 비판하는 네티즌에 적극적으로 반박 댓글을 달거나 한밤 중 논란에 대한 직접 글을 쓰며 제1야당 대표직에 오른 뒤에도 SNS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밤 10시께 SNS에 “일정 다 마치고 인터넷을 보니 ‘따릉이’가 화제가 됐다. 방송국 건너다니기 하다 보면 정시성과 편리함으로는 ‘지하철 서울시내 정기권+따릉이’가 최고의 이동수단”이라며 자신의 따릉이 이용 이력과 정기 승차권 사진을 공유했다. 따릉이는 일정 금액을 내고 사용할 수 있는 서울시 공유 자전거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으로 첫 출근을 하며 자전거를 타고 나타나 주목을 받았다.
이 대표는 한 네티즌이 “국회의사당은 국회에 바로 붙어있다. 국회의사당 역에서 국회 가면서 따릉이 타는 어이없는 짓을 하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하자 곧바로 “국회의사당 안 가보셨느냐”며 “국회 본청에 따릉이 반납소가 있다. ‘다음’ 지도 펼쳐 놓고 연습하실 것이 아니라 가보세요, 직접”이라 댓글로 반박했다. 일부 여권 강성 지지자들이 네이버 보다 다음을 포털사이트로 선호하는 것을 비꼰 것이다. 해당 게시글은 이 대표가 올린 지 약 2시간 만에 2,000개가 넘는 ‘좋아요’ 반응을 얻었다.
이 대표의 SNS 정치는 ‘짧은 분량’, ‘연성 게시글’, ‘즉각적인 소통’ 등을 특징으로 한다. 글을 올리는 시간도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2030세대들이 이 대표의 글에 열광하는 이유다.
상당수 여의도 정치인들이 자신의 의정 활동을 홍보하거나 특정 현안에 대해 긴 논설을 늘어놓는 공간으로 SNS를 활용하는 것과 다르다. 실제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SNS에는 송 대표의 활동 보고나 현안에 대한 논평이 1~2일에 한번씩 올라온다.
김재섭 전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한 언론 기고글에서 이 대표를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규정했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장비를 특정 언어의 원어민처럼 사용하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198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들을 뜻한다. 그는 “이 대표의 글엔 ‘제목’이 없고 대단히 짧고 명료하다”며 “글이 유연하게 유통되니 그가 설정한 정치적 의제가 빠르게 공론화 된다”고 분석했다. 김 전 비대위원은 대부분의 기성 정치인이 SNS를 ‘공지 게시판’으로 사용하는 반면 이 대표는 SNS을 원래의 목적에 맞게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대표가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한 중요한 도구로 SNS를 강조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 4·7재보궐선거 당일 SNS에 “대선 때는 페이스북 팔로워(해당 계정을 친구로 추가해 관련 소식을 받아볼 수 있는 사람)가 많은 페이스북 (계정을) 나 말고도 10명 계정만 키워놓아야겠다”며 김웅·하태경·윤희숙 등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 20명의 SNS 계정을 열거했다. 그는 “선거는 끝났지만 대선을 대비해 우리 팀 선수들의 SNS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