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대로 지난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예상치를 큰 폭으로 뛰어넘었다. 하지만 미국 국채 금리는 오히려 하락하면서 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정점을 통과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번 주에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돼있어 관망 심리가 짙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내주 코스피 예상 밴드를 3,180~3,300선으로 제시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9.24포인트(0.29%) 상승한 3,249.32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7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3,252.12)를 경신한 코스피는 선물·옵션 만기일에도 변동성이 제한된 모습을 보였다. 또 지난 10일 미국의 5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해 시장 예상치(4.7%)를 웃돌았음에도 미국 증시와 국내 증시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 9조 원을 내다 판 외국인 투자자는 이번 주 유가증권시장에서 1,780억 원을 순매수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6월 FOMC에서 연준(Fed·연방준비위원회)이 또 한 번 인내심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결과를 확인한 뒤 나올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고용 시장 회복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므로 6월 FOMC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신호를 적극적으로 내보내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기 때문에 연준이 어떤 정책을 결정하든지 결과를 확인한 뒤 반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4%대로 하락한 가운데 그동안 부진했던 성장주의 반등이 시작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카카오(1.50%), LG화학(5.33%), 삼성SDI(4.59%) 등 성장주가 일제히 오름세를 보여 기대감이 커졌다. 이처럼 코스피에서 반도체, 자동차, 인터넷, 2차 전지 등 기존 주도주와 구조적 성장주가 역사적 고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FOMC 회의 이후 연방 금리 선물이 하락하는 것을 확인한다면 시장의 상승탄력은 강화될 것”이라며 “기존 주도주와 실적이 뒷받침되는 성장주, 대형주 중심의 대응이 유효하다. 그동안 할인율 압박에 억눌려있던 대형 기술주, 실적에 근거한 성장주들이 부활하며 증시의 상승 추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성장주의 추세적인 상승을 기대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다만 가치주 로테이션의 종말을 서둘러 고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현시점의 성장주 상승은 순환적인 관점에서 접근함이 옳다”며 “성장주가 다시 전면에 나서는 시점은 경기회복 모멘텀이 약화하고, 물가 상승률이 다시금 평균으로 회귀하는 구간일 확률이 높아 일러도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정도를 가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가치주 등 콘택트주 또한 강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전일(13일) 0시 기준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은 23%를 달성했다. 김 연구원은 “이달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전 세계 평균을 웃돌 만큼 가속화되고 있는 터라 보복 소비 등 관련 업종이 시장에서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사별로는 △한국투자증권 3,180~3,280선 △하나금융투자 3,180~3,300선 △NH투자증권 3,180~3,300선 등이 이번 주 코스피 밴드를 전망했다.
/신한나 기자 han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