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가 14일 첫 공개 행보로 천안함 희생 장병 묘역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을 찾는데 이어 철거 건물 붕괴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광주를 방문한다. 통상 정치권 인사들이 당선 후 첫 번째 공식 일정으로 순국선열과 전직 대통령들이 안장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는 것과 차별화된 행보다. 또 보수 정당의 대표가 공식 일정 첫날부터 광주를 방문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표가 첫 공식 행보로 대선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중원과 불모지인 호남을 연달아 찾으며 당의 외연 확장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대전현충원 참배에는 헌정사 최초로 30대 제1 야당 대표가 된 자신을 향한 ‘불안감’ ‘가벼움’ 등의 이미지를 털어내고 보수진영의 전통적 가치인 안보를 강조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
또 호남 방문에는 참사 유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한편 당원 비율이 0.8%에 불과한 호남 지역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추진해온 ‘호남 동행’으로 대변되는 서진 정책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이 대표는 당초 서울현충원 참배 후 전동킥보드를 타고 국회로 출근하는 일정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고민 끝에 55인의 서해수호 희생 장병 묘역이 있는 대전현충원을 찾기로 했다고 한다.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자신과 친구뻘이었던 희생 장병을 비롯해 제2연평해전으로 희생된 55인의 넋을 먼저 기리겠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당선 직후 ‘천안함 함장이 부하들을 수장시켰다’는 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인한 천안함 용사와 유족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최대 지지 기반이 병역 문제에 민감한 20·30대 남성이란 점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최근 ‘격리 군인 부실 급식 제공 사태’ 등으로 젊은 층의 분노가 고조되는 가운데 군장병에 대한 예우를 갖추면서 이들의 지지세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가 당선에 앞서 이달 9일 마지막으로 펼친 공개 행보도 국방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천안함 생존 장병과 유가족을 만나는 일정이었다. 이 대표는 당시 눈물을 보이며 “서해를 지키다가 사망한 저와 동년배 희생자들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대전현충원 참배를 약속한 바 있다. 또 “서울현충원에 안장된 유공자들과 전직 대통령을 뵙는 것도 중요하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문제”라며 “동등하게 예우하고 챙기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