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최근 미국을 공격한 해킹 범죄자를 넘겨줄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미국 역시 러시아를 공격한 해커를 넘겨야 한다”며 은근한 견제구를 날리는 모양새다.
푸틴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러시아 로시야1방송 인터뷰에서 “사이버 범죄자를 미국에 인도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을 포함해 사이버 보안 문제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제안은 미 최대 송유관 업체 콜로니얼파이프라인과 세계 최대 정육 회사 JBS가 최근 잇따라 랜섬웨어 공격으로 멈춰 서고 미국이 이를 러시아에 기반을 둔 해커의 소행으로 보는 가운데 나왔다. 바이든 미 정부는 최근 사이버 공격을 심각한 국가 안보 위기로 규정하고 관련자 색출을 위한 광범위한 수사에 나선 상태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현재 최악인 양국 관계의 진전을 위해 바이든 정부의 해커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는 이런 제안을 하면서 “다만 미국도 똑같이 (러시아를 공격한) 사이버 범죄자를 러시아에 인도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 해커만 미국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도 미국으로부터 해킹을 당한다’는 점을 드러내며 미국에 응수한 셈이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푸틴의 제안은) 관계 개선을 위한 좋은 신호”라면서도 "만일 미국 해커들이 실제로 러시아를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한다면 범죄자를 인도하겠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을 연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