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신세계그룹이 보유한 동서울터미널 부지 인수에 나섰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신세계는 자금이 필요했고, 한화는 서울의 랜드마크 부지를 인수해 대규모 개발을 하려는 니즈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대표이사 직속 기획실에서 동서울터미널 부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세계가 서울에 몇 남지 않은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알짜 부지 인수를 먼저 제안해 한화 측에서 의아해했다”며 “한화 역시 인수를 염두에 두고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동서울PFV는 지난 2019년 10월 한진중공업으로부터 동서울터미널 부지를 4,025억 원에 매입했다. 신세계동서울PFV는 신세계프라퍼티(85%)가 주축으로 한진중공업(10%), KDB산업은행(5%)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말까지 토지 인수 관련 중도금 및 잔금을 치러야 한다. 신세계 측은 기한이 오기 전에 관련 지분을 매각해 딜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예정대로 지상 44~45층 3개 동과 스타필드 등 대형 복합 쇼핑몰까지 개발하기 위해서는 약 1조 1,000억 원이 필요하다. 공동 개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 KT&G가 발을 빼면서 신세계 측은 조 단위 개발 비용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더욱이 신세계그룹은 현재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참여하는 등 이커머스 시장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동서울터미널 개발에 기부 채납 비율이 예상보다 높은 것도 부담이다.
한화그룹은 대규모 개발 사업을 통해 주요 계열사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말 그룹 내 백화점 등 유통 사업을 담당하는 한화갤러리아와 한화도시개발을 흡수 합병한 바 있다. 한화솔루션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사장이 이끌고 있다.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존재감을 보일 수 있는 기회다. 최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로는 김 회장의 3남인 김동선 상무가 이동했다. 호텔 등 리조트 사업 강화에도 동서울터미널 부지 개발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한화 측은 4,600억~4,700억 원 정도를 원하는 상황이다. 신세계 측은 5,000억 원 정도를 바라는 상황이다.
한편 이번 거래에 대해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매각을 검토한 바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강도원·박시진 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