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36세 당 대표' 이준석에 "사고방식 우려스러워…보수, 심각한 위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연합뉴스

36세의 나이로 제1 야당의 대표에 선출된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 대표와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이 대표의 '사고방식'에 대한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진 전 교수는 14일 매일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일단 책임 있는 자리에 올랐으니 과거처럼 노골적인 안티 페미 선동으로 젊은 남녀를 갈라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아직도 그는 여성 할당, 청년 할당, 지역 할당이 공정한 경쟁을 해친다는 전도된 인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상황을 짚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이 대표의 당선을 두고 "불가능이 현실이 된 것"이라면서 "이 이변의 바탕에는 보수층과 중도층이 널리 공유하는 정권교체의 열망이 깔려 있다. 그 열망이 실현되려면 제1야당의 근본적 쇄신이 필요하다. '정권교체를 하려면 당이 젊어져야 한다'는 보수층의 절박한 인식이 30대의 젊은 후보에 대한 열광적 지지로 표출된 것"이라고도 했다.


진 전 교수는 또한 "거기엔 긍정과 부정의 두 측면이 공존한다"며 "먼저 긍정적인 측면은 그동안 변화를 완강히 거부해 왔던 보수층이 이제 급진적 변화의 필요성을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이번 경선에서 가장 빛난 대목은 이준석이 대구에 가서 '이제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정면으로 말한 순간이었다. 보수는 마침내 탄핵의 강을 건넜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진 전 교수는 "또 하나는 보수층과 젊은 세대 사이가 연결됐다는 것"이라며 "30대 젊은 대표의 당선으로 국민의힘은 젊어진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586이 지배하는 꼰대 정당의 이미지를 뒤집어쓰게 됐다. 이는 국민의힘에도 좋은 일이지만, 민주당에도, 특히 그 당의 쇄신파들에게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이제 민주당도 쇄신을 하라'는 여론을 업게 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덧붙여 진 전 교수는 "부정적인 측면은 당의 요직을 두루 거친 다선 의원들이 졸전 끝에 0선의 젊은이에게 참패를 했다는 것"이라며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그 당에 변변한 인물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심지어 그 당에서 목을 매는 유력한 대선 후보마저도 당의 내부가 아니라 바깥에 존재한다. 대표가 바뀐들 이 상황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성형주 기자

더불어 진 전 교수는 "보수당의 대표 경선이 이렇게 여론의 관심을 모은 적이 있었던가"라고 물은 뒤 "경선의 컨벤션 효과로 당의 지지율이 최고를 기록했다. 당 밖에서 움직이는 윤석열의 지지율도 계속 여당 주자들을 큰 차로 압도하고 있다. 그러니 보수층에서 들뜰 만도 하다. 이 둘만 하나로 묶어 내면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정권교체도 손에 잡힐 것만 같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서 "하지만 이준석 대표 체제나 윤석열의 대권 전망이나 아직은 막연한 '기대'에 불과하다"면서 "원래 기대라는 것이 마냥 드높기만 한 특징을 갖고 있다. 이준석의 혁신안은 마냥 해괴하고, 윤석열의 메시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어느 쪽이든 현실의 혹독한 검증을 거치며 기대치가 급락하지 않고 현실적 수준에 안착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상황을 짚었다.


뿐만 아니라 진 전 교수는 "이 대표는 자신의 책에서 '모두가 자유로운 세상은 정글'이고, '정글의 법칙, 약육강식의 원리…그것이 자연의 섭리'라 썼다고 들었다"며 "이렇게 인간 사회를 동물의 왕국으로 간주하는 견해를 '사회생물학'이라고 하는데, 정치권에서는 주로 나치와 같은 극단적 세력들이 내놓은 주장이다. 이는 그의 교양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또한 "그러니 대표의 권한으로 국민의힘부터 '자연의 섭리'에 맞게 '약육강식의 원리'가 통용되는 '정글'로 바꿔 놓으려 할 것"이라면서 "토론 배틀, 자격시험 등 그가 혁신안으로 내놓는 방안들은 하나같이 세계 정당사에 유례가 없는 이상한 것들이다. 그 해괴함은 '정글의 법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그의 개인적 가치관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그는 정치를 컴퓨터 게임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문제는 이게 당 밖으로 혼란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데 있다"고 강조한 뒤 "국민의힘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고작 '공정한 것은 정글의 법칙이며, 사회가 약육강식의 원리가 통하는 정글이 되어야 모두가 자유로워진다'는 것인가? 윤석열도 '정글의 법칙'의 준엄한 집행자가 될 것인가?"라고 물었다.


진 전 교수는 또 "국민의힘의 변화가 사회에 그렇게 인식되는 순간 보수와 중도의 가치연합은 파괴된다"면서 "그러면 당연히 정권교체의 길도 멀어질 것이다. 보이는 것과 달리 보수는 실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썼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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