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 끝나자 사표 쓰는 美

4월 이직률 2.7%…21년래 최고
경제 재개에 좋은 조건 찾아 이직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타코벨 매장 앞에 구인을 알리는 입간판이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33세인 이언 크로포드는 지난 4월 구인·구직 소셜미디어인 링크드인에서 평소 눈여겨보던 회사가 사람을 찾는다는 알림을 받았다. 업무도 원했던 것과 같았다.


주저 없이 구직 신청을 한 그는 며칠 만에 자신이 적어낸 것보다 더 많은 급여와 분기별 인센티브를 보장 받았다. 그렇게 그는 한 대기업을 그만두고 켄터키주 루이빌의 제조 업체 페브리에이키드메탈스로 옮겼다.


경제활동 재개로 구인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 노동자들의 이직 또한 사상 최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원격 근무 도입이 확산되면서 일하는 방식이 달라진 것도 이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보인다.


1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4월 노동자 이직률이 2.7%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의 이직률은 1.6%에 불과했다.


높은 이직률은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더 나은 조건으로 회사를 옮길 수 있다는 판단이 서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기에는 이직률이 낮아지고 호황기에는 올라간다. 3월 푸르덴셜파이낸셜이 근로자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분의 1이 회사를 옮길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구인난으로 사람을 새로 뽑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인재까지 유출될 경우 조직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한 탓이다. 이 때문에 직원들에게 임금 인상이나 승진을 제시하는 업체가 많아졌다. 슈나이더일렉트릭노스아메리카의 마이 란 응우엔 인력 담당 부사장은 “우리는 (인력 이탈 조짐에) 모두 긴장하고 있다”며 “지난해 능력이 있다고 판단된 직원의 65%는 승진했거나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들어온 신입 직원들은 더 쉽게 이직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WSJ는 “일부 기업들이 파악한 경향은 신입 사원들의 이직률이 높으며 이들 중 대부분은 (코로나19에) 원격으로 일을 시작했고 동료를 직접 만나본 적이 없다는 것”이라며 “경기 회복 과정에서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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